국제사이버범죄조직 두목, 3년만에 태국서 체포…피해액만 431억원

by정재훈 기자
2020.04.21 11:16:15

동남아 등서 허위 주식·선물투자 사이트 운영
피해자 스마트폰에 악성코드 심어 추적 피해
경찰 최초로 기소전 범죄수익 몰수…111억원

[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경기북부경찰이 3년 가까운 추적 끝에 동남아시아에서 활동한 사이버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일당이 해외에 은닉한 재산을 포함한 범죄수익금 111억 원을 경찰 최초로 기소 전 몰수하는 법원의 결정을 받아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 14일 태국에서 붙잡힌 430억원대 규모 사이버범죄조직 총책(가운데)이 코로나19 방호복을 입은 수사관들에 의해 인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사진=경기북부지방경찰청)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도박개장,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범죄단체조직 등의 혐의로 이모(56)씨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앞서 지난해 6월 이씨 조직에서 일한 운영자 등 30명을 같은 혐의로 붙잡아 이들 중 8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05년 2월부터 2018년 5월까지 태국과 베트남 등에서 불법 도박과 허위 주식·선물투자 사이트 등을 운영하면서 312명의 특정된 피해자로부터 431억 원을 가로챈 혐의다. 경찰은 전체 피해자가 약 65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보유자산이 많지 않은 피해자에게는 소액을 입금하면 모자란 금액을 대출해주겠다는 수법으로 현금을 송금받았다. 이후 A씨 일당은 고객들이 예치한 투자금을 조작된 프로그램으로 주식이나 선물거래 주문을 넣은것 처럼 꾸몄으며 고객들이 매수한 주식이 실제 주식시장에서 입은 손실만큼 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고객들의 예치금을 빼돌렸다.

이같은 수법에 속은 피해자들이 늘어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이들은 투자자들에게 배포하는 증권거래 프로그램에 악성코드를 심어 이용자의 화면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경찰로 의심되면 접속을 차단하는 등 추적을 피하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움직였다.

경찰은 지난 2016년께 한 수사관이 우연히 받은 복권판매 내용의 스팸문자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 2년 9개월의 추적 끝에 총책인 이씨를 비롯한 조직 전체를 검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이들의 범죄 수익 중 이씨 등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과 현금 등 111억 원(국내 50억 원, 해외 61억 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 조치를 했다. 또 법인 계좌에 있는 약 5억2200만 원에 대한 환수 절차를 추가로 진행 중이다.

해외 은닉재산에 대한 기소 전 몰수보전 결정 사례는 경찰 최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서 이뤄지는 사이버범죄는 외국 사법당국과 탄탄한 공조체계를 유지하면서 반드시 검거된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범죄 심리를 불식시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