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포럼 11일 개막…중-러 反美동맹 가속할까

by김인경 기자
2018.09.11 10:23:59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1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동방경제포럼’이 열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러시아에 방문하는 가운데 반미(反美) 전선을 놓고 러시아와 중국이 어떻게 손을 잡을지 주목된다.

동방경제포럼은 러시아 정부가 극동지역을 위한 투자 유치와 주변국과의 경제협력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15년부터 매년 개최해 오고 있는 국제회의다.

뿐만 아니라 크림·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러-서방 갈등으로 미국과 유럽의 대러 제재가 심해지면서 아시아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러시아 정부의 노력이 반영된 행사이기도 하다.

올해는 시 주석을 비롯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할트마긴 바툴가 몽골 대통령, 이낙연 한국 총리 등이 참석하고 북한에서도 김영재 대외 경제상이 이끄는 7인의 대표단이 러시아로 향한다. 당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초대를 받으며 다자간 외교 무대에 데뷔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남북정상회담 등 바쁜 일정으로 러시아에 가지 않았다.

올해 포럼의 주제는 ‘극동: 가능성의 경계를 확대하며’로 △투자 지원정책 △극동 우선순위 산업 △극동 국제협력 프로젝트 △주민 삶의 질 개선 등 47개 세션이 운영된다. 특히 올해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 분위기에 맞춰 특별히 ‘남·북·러 3각 협력 세션’도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번 포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의 두 정상이 만나는 자리라 더욱 눈길이 간다.



물론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에 앞서 올해만 세번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에 2000억달러 관세를 물겠다고 경고하고 북한 문제에도 ‘중국 배후론’을 들며 견제하는 만큼,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이 러시아와 손을 잡고 미국을 견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중국 외교부는 앞서 시 주석의 동방포럼 참석 사실을 밝히며 “올 하반기 중·러 간 가장 중요한 고위급 교류”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러시아 역시 미국이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스크리팔 암살 시도와 관련해 미국 등 서양의 추가 제재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양측은 인접 국가인 한반도 평화문제에 있어서도 미국과 기싸움을 펼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아울러 11~15일 러시아군은 극동 지역에서 소비에트연방 붕괴 이후 최대 규모의 훈련 ‘동방 2018’(보스토크 2018)을 실시한다. 이 훈련은 중국, 몽골군이 참가한다.

러시아는 병력 30만명, 군용기 1000대, 군함 80척, 전차 및 장갑차 3만 6000대를 투입하며 중국은 병력 3200명, 각종 무기·장비 900대, 전투기 및 헬기 30대를 동원해 37년 만의 최대 규모의 훈련을 펼친다.

푸틴 대통령도 이 훈련에 직접 참관할 계획이다. 당초 시 주석도 훈련을 참관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지만 시 주석은 함께 하지 않을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AFPBB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