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트리밍 대전] ②CD, DVD는 버려라..스트리밍의 시대

by김태현 기자
2015.07.01 04:03:03

손 가벼워지는 스트리밍…가파른 성장세
애플뮤직, 음원 스트리밍 시장 공룡 등장
스트리밍, 영상·음원 미디어 산업 성장동력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얼마 전 집에서 찬장을 열어보니 먼지가 수북히 쌓여 있는 음악 콤팩트디스크(CD)와 영화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를 발견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길거리에서 CD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고 DVD 플레이어로 집에서 영화를 감상했지만 요즘에는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언제 어디서든 듣고 싶고 보고 싶은 음악과 영화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편리성과 경제성을 앞세워 급성장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체 애플이나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도 스트리밍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단순히 이용자에게만 이득이 되는 게 아니라 음악과 영상 시장을 키워줄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스트리밍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계 음원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억7000만달러(약 2조664억원)에 달한다. 최근 10년 동안 두 자릿수 넘게 성장하면서 같은 기간 18억5000만달러를 기록한 CD 시장 규모를 뛰어넘었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의미하는 ‘OTT’(Over-the-top) 시장 규모는 2015년 96억달러에서 2019년 192억달러로 2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OTT 서비스가 가장 활성화된 북미에서는 4년 전만에도 전체 24% 불과했던 OTT 가입 가구 비율이 최근에는 47%로 늘었다.

스트리밍 시장이 이렇듯 급성장하는 이유는 스트리밍이 가지고 있는 편리성과 경제성 때문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활용하면 기존 CD나 DVD 등 저장매체와 CD 플레이어 같은 재생 디바이스를 일일이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 하나에 인터넷만 연결되면 언제 어디서든지 보고 듣고 싶은 영화나 음악을 즐길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아티스트 음악들만 담겨있는 음악 CD와 달리 자신 입맛에 맞는 음악들을 골라 담아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스트리밍 서비스의 장점이다. 예를 들어 CD 한 장 값이면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되는 수백, 수천 곡의 영화나 음악을 즐길 수 있다.

기존 음원 서비스보다 저렴하다는 점도 스트리밍 서비스의 강점이다. 애플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 ‘아이튠즈’(iTunes)를 활용하면 노래 1곡당 다운로드 가격이 99센트다.

애플이 준비 중인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뮤직 한 달 이용료가 9.99달러인 걸 감안하면 아이튠즈에서 10곡 정도 받을 가격이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총 3700만곡을 들을 수 있다.

인터넷 속도가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만큼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원과 영상을 뛰어넘어 게임 등 용량이 큰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전자업체 소니는 최근 미국에서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에 따라 스트리밍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만 제공했던 애플은 오는 30일부터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뮤직을 실시한다.

애플은 8억명이 넘는 아이튠즈 사용자의 신용카드 정보를 갖고 있어 곧바로 요금을 청구할 수 있다. 아이튠즈 사용자들이 애플뮤직 사용자로 바뀔 경우 가입자 기준으로 업계 1위 스포티파이(가입자 수·약 6000만명)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2000억달러에 달하는 애플의 탄탄한 자금도 스포티파이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맞서 스포티파이도 최근 5억3000만달러의 자금 조달을 통해 애플을 견제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이 저작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면서 스포티파이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는 추세다.

애플 이외 네이버 자회사 라인도 일본에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라인뮤직’을 출시했다. 라인은 세계적으로 CD 의존도가 높은 일본 음원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영상 스트리밍 시장은 넷플릭스, 아마존 양자대결 구도에 알리바바가 도전장을 내미는 구도다. 알리바바는 오는 8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티몰 박스 오피스’(TBO)를 선보일 예정이다. 알리바바는 미국에 이어 최대 영상 스트리밍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중국 영상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59억달러(지난해 기준)다.

알리바바는 그동안 꾸준히 미디어 업체를 인수하며 확보한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점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알리바바는 지난해 3월 중국 차이나비전미디어그룹을 인수했다.

시장에서는 스트리밍 시장 경쟁이 미디어 산업에 성장 원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확대로 음원 수입이 줄었기 때문에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통한 가입자 수 확보가 그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을 제공 중인 아마존은 유명 감독 우디 앨런을 영입하는 등 자체 생산 콘텐츠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아마존은 올해초 자체 제작한 TV 드라마 1호 ‘트랜스페어런트’로 골든글로브상 코미디 부분에서 수상했다.

넷플릭스도 자체 제작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이 흥행을 거둔 이후 영화 ‘와호장룡’ 속편 제작에 나서는 등 콘텐츠 생산에 여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