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낮추니 불붙은 경쟁…보험사 M&A로 몸집 키우는 금융사들

by김형일 기자
2026.06.30 06:30:00

한투 이어 신한도 보험사 인수 검토
롯데·예별·KDB 매각 동시 진행
원매자별 가격·자본 셈법 제각각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한국투자금융그룹에 이어 신한금융그룹도 보험사 인수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보험업계 인수합병(M&A)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예별손해보험의 전신인 MG손해보험, KDB생명은 각각 6차례씩 매각이 무산됐으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대형, 중형 금융사들이 인수의향을 보이고 있어서다. 몇년간 M&A시장에 중형급 매물로 거론됐지만, 2024년 한 차례 인수전이 무산됐던 롯데손해보험도 대형 금융사인 한투와 신한금융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 이후 경영개선계획의 조건부 승인으로 부실금융사 딱지를 뗀 롯데손보 인수전에는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신한금융그룹이 인수 의향서를 내며 2파전 양상이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보험사 인수를 검토해온 신한금융은 롯데손보뿐만 아니라 최근 예비입찰을 마친 KDB생명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은 2019년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를 인수하며 생명보험 경쟁력을 강화한 바 있다. 지난 2022년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해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신한EZ손해보험으로 출범시켰지만, 올해 1분기 9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는 등 존재감이 크지 않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보험사 인수 검토 역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보험 부문의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롯데손보는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 이후 경영개선계획에 M&A를 통한 자본확충 방안을 담고 매각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당초 9월께로 예상됐던 매각 일정도 경영개선계획 이행을 위해 8월로 앞당겨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인수자를 통한 자본확충을 경영개선계획의 핵심 방안으로 반영한 것이다.

30일 오후 본입찰이 마감되는 예별손보도 인수전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이달 초부터 진행한 실사는 지난 26일 마무리됐으며 한국투자금융과 태광그룹, OK금융그룹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본입찰에서는 한국투자금융만 최종 제안서를 제출해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았지만, 재공고 이후 진행하는 이번 본입찰은 단독 참여만으로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만큼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본입찰은 원매자들이 예금보험공사에 요청할 지원금 규모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시장에서는 예보 지원 규모 한도가 약 1조 2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원매자들이 제시한 지원금이 예보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지원금 규모가 본입찰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KDB생명 매각도 속도를 내고 있다.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예비입찰을 마치고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 선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입찰에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을 비롯해 한국투자금융과 태광그룹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숏리스트 선정 이후 실사를 거쳐 올해 3분기 중 본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주요 보험사 매각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하반기 보험 M&A 시장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러 보험사 매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지만 결국 인수 여부는 각 회사가 생각하는 적정 가격과 투자 전략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잇따라 인수전이 무산돼온 보험사 M&A가 다시 활기를 띄는 데 대해 금융권에선 매각 물건(보험사)의 리스크 감소 등 자본 부담 축소, 인수 가격 인하 등이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롯데 손보의 경우 당국의 경영개선계획 승인으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고, 예별손보는 예금보험공사가 7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지원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KDB생명은 산업은행이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자본을 보강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인수를 하자마자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자본금을 확충해 부담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 나온 매물의 몸값이 낮아진 것도 이유다. 롯데손보의 경우 2~3년 전만해도 2조원 이상, 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3조원 이상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근 인수 가격이 1조원 아래인 9000억원대로 낮아지면서 금융사들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다. 금융사 관계자는 “고금리와 새 회계기준(IFRS17), 지급여력(KICS) 규제로 보험사 가치평가가 예전만 못해졌고, 매도자가 매도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몸값을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KDB생명도 과거엔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공적자금 회수 등을 감안해 1조원 이상의 가격을 기대했으나, 최근 들어선 적정가치가 5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금융그룹 관계자는 “인수 이후에도 추가 자본 투입 가능성이 남아 있어 인수 가격을 더 높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