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지구, 용적률 높이고 저층부 공공성↑…오세훈 "서울 大개조"
by송승현 기자
2023.06.26 14:00:00
오세훈, 25일 마루노우치 지구 방문 후 서울 도시 계획 밝혀
마루노우치, 용적률 거래 및 완화로 녹지·보행 친화 도시 변모
"강남 테헤란로는 실패한 도시 계획…세운 상가 첫 사례될 것"
신속한 정책 집행 위해 기존 도시계획국→도시공간국 변경
[도쿄(일본)=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도심 공간을 녹지로 채우고, 시민들을 위한 공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른바 ‘서울 대(大)개조’를 선언했다. 건물의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 주는 대신 저층부를 시민이 사용할 수 있는 보행로나, 녹지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단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 내 도시계획국을 도시공간국으로 변경하고, 일본의 성공 사례를 종로 세운지구에 적용한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25일 녹지 생태 도심 사례로 꼽은 일본 도쿄 마루노우치 브릭 스퀘어 건물에서 ‘서울 대개조’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공동 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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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25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에 위치한 마루노우치 지구 일대를 살펴본 뒤 “그동안 (시민이 아닌) 공급자 중심에서 서울 도시계획이 세워져왔다”며 “(서울을) 녹지 생태 중심 재창조 프로젝트, 대개조를 하고 싶다고”고 밝혔다. 이날 오 시장이 방문한 마루노우치 지구는 과거 도쿄역과 황궁(일왕과 황후의 거처) 사이에 위치해 각종 개발에 제약을 받았다. 이와 더불어 건물 높이가 이른바 ‘백척(百尺·약 30m) 규제’에 묶여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4~5층의 구식 건물들로 즐비했다. 하지만 현재는 낙후된 지역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글로벌 경제력을 갖춘 지구로, 동시에 녹지와 시민 보행이 특화된 지역으로 변모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녹지 생태 도심 사례로 꼽은 일본 도쿄 마루노우치 브릭 스퀘어 건물의 모습. 이 건물은 용적률 규제 완화를 받은 대신 저층부를 공개공지로 개방했다. (사진=서울시 공동 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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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이날 마루노우치 브릭 스퀘어 건물 앞에서 “(이곳을 보면) 문을 열고 들어가거나 돈을 내 커피라도 먹어야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진정한 공개공지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공개공지란 일반 대중에게 항시 개방되는 공적인 공개공간을 말한다.
브릭 스퀘어 건물은 건물의 용적률을 사고팔 수 있는 ‘공중권(空中權)’을 활용해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면서도, 공개공지를 맞바꾼 마루노우치 지구의 대표 건물 중 하나다. 일본 정부가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 주는 대신 이 건물 저층부를 공개공지로 받은 뒤 필로티 방식으로 지어 시민이 쉴 수 있는 벤치와 녹지, 상가 등으로 조성했다.
반면 오 시장은 서울 최대 도심인 강남의 테헤란로에 대해서는 ‘실패한 설계’라고 평가했다. 그는 “(강남에는) 지치면 차 한잔하면서 쉴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전혀 없다”며 “들어가서 커피라도 마셔야 하는데 이는 전혀 좋은 설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시민의 관점에서 설계된 곳이 아니라는 얘기다.
| 도쿄 지요다구에 위치한 마루노우치 지구 일대의 모습. 마루노우치 지구는 용적률 규제 완화와 공개공지 활용을 통해 보행로가 대폭 확대됐다. 용적률 규제 완화 혜택을 본 건물주는 사유지의 일부를 보행로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마루노우치 지구의 보행로 대부분은 보행자 친화적으로 설계됐다. (사진=송승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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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또 다른 벤치마킹 사례로 같은 지구에 위치한 ‘오테마치 포레스트’를 지목했다. 오테마치 포레스트는 마찬가지로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주는 대신 공개공지를 도심 속 녹지 공간으로 조성한 사례다. 오테마치 포레스트는 가로 100m, 세로 20~30m 크기로, 벤치에 앉아 있으면 새소리가 들릴 정도로 일본 내 성공적인 도심 녹지란 평가를 받는다.
오 시장은 “빌딩에 근무하는 직원이 내려와서 얼마든지 여기서 점심을 먹을 수도 있고, 새소리를 도심 속에서 즐길 수 있도록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사례”라며 “서울 대개조를 통해 녹지 여유와 주거, 오피스 공간 등이 다 함께 한 공간에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세운 상가를 시작으로 서울 도심 곳곳을 마루노우치 지구처럼 시민의 공공성이 보장되고, 녹지가 풍부한 곳으로 변모시키겠단 계획이다. 쉽게 말해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주는 대신 공개공지를 늘리겠단 구상이다. 아울러 서울시 전역의 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둬 도심 건축의 표준으로 삼겠단 포부도 밝혔다. 조직개편도 단행해 정책의 속도도 높일 예정이다. 현재 도시계획국의 이름도 도시공간국으로 바꾸고 녹지 생태 중심 도시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한편 오 시장은 일본 도쿄의 도시계획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지난 25~26일 마루노우치 지구 뿐만 아니라 고밀도 복합개발 중인 토라노몬, 아자부다이 일대 및 미드타운 지구 등도 시찰했다. 또 오는 27일에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대규모 재개발 프로젝트에 들어간 시부야 지구도 방문해 수서차량기지 등에 접목할 요소를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