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25]①정보 암호화해 분산 저장..해킹 어려워 투명성↑

by이재운 기자
2019.11.19 11:40:42

블록체인은 가상의 장부가 연쇄적으로 연결돼
장부에는 암호로 바뀐 정보가 기재돼 위변조 불가
높은 신뢰성으로 ''탈(脫)중앙화'' 구현 지원해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의 확산 촉진한 ''촉매제''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블록체인은 혜성처럼 등장한 기술일까요? 암호화폐는 또 무엇일까요? 비트코인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또 블록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블록체인의 역사를 살펴보기에 앞서 용어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블록체인은 말 그대로 다수의 블록이 일렬로 연결돼 있는 것을 뜻합니다. 이 블록에는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예컨대 최근 승인된 거래 내역을 들 수 있습니다. ‘A가 B한테 100만원을 줬다’ 식의 정보입니다. 이 정보는 ‘해시(Hash)’라고 불리는 암호화된 코드로 블록에 저장돼 있습니다. 이 코드는 거래 당사자(A와 B)가 아니면 볼 수가 없습니다. A와 B가 갖고 있는 ‘키’가 있어야 암호화된 정보가 해독됩니다.

이 암호는 각 블록체인마다 생기는 기준이 다릅니다. 비트코인을 예로 들어볼까요.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가 만든 ‘정보처리표준’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 연구소가 고안한 암호코드 생성법을 따르고 있는 것이지요.

‘Blockchain’이라는 단어를 해시(암호)로 표시한 예는 ‘b3fe9b8455ea3ea20e60aae2cadp1d8412a53bc4f3834e3152f77be b4b44d4c’ 입니다. 이 코드는 숫자 하나, 단어 하나만 바뀌어도 그 안의 내용을 해독할 수 없게 됩니다. 블록체인의 위변조가 어렵다는 첫 번째 이유가 됩니다. 이 코드가 블록에 담기는 것이지요.

이 블록에는 그 이전 블록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A블록이 있고, B블록이 있다면, B블록에는 A블록에 적힌 정보(암호)가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진 정보는 암호화돼 B블록에 담깁니다. 이 내용은 이후에 생성되는 C블록에 저장됩니다. 이미 생성된 블록간 앞뒤 정보가 일치한다면 믿을 수 있는 정보가 되는 것입니다.

생성된 블록은 어디에 저장될까요? 블록을 만드는데 참여한 사람들의 컴퓨터에 저장됩니다. 동일한 장부(블록)가 각 사람들의 컴퓨터에 분산돼 저장되는 것입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따라서 해커가 블록체인에 저장된 정보를 해킹하거나 수정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많은 사람들의 PC를 해킹해 블록을 열고, 암호화된 정보를 해독해야 합니다. 사실상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서 블록체인은 중앙 감시자 없이도 위변조 없는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초로 생성된 블록도 있겠지요? 시작점이 되는 블록을 ‘제네시스블록’이라고 합니다. 비트코인은 2009년 1월 3일 ‘제네시스 블록’이 생성됐습니다. 그 불록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은행을 위한 두번째 긴급 구제방안 발표 임박, 더 타임즈, 2009년 1월 3일(’Chancellor on brinks of second bailout for banks, The Times, 03/Jan/2009‘)가 기록돼 있습니다. 정부와 은행에 의한 통화 정책을 비판하면서, 중앙화된 기관의 간섭에서 벗어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지요.

블록체인이 구동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블록이 생성돼야 합니다. 누군가는 블록을 만들고 유지해주는 작업을 해줘야 합니다.

채굴은 블록체인에 연결된 새 블록을 만들기 위해 하는 작업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블록을 생성하는 작업의 결과로 코인이 나오니까, ‘채굴’이란 용어를 쓴 것이지요. 채굴이란 행위는 동시에 특정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유지되도록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채굴의 방법은 각 블록체인마다 다릅니다. 1세대 격인 비트코인은 ‘비트코인 블록체인’ 내 암호를 풀면 보상으로 지급됐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채굴되는 비트코인 양이 많아질 수록 암호를 푸는 난이도 또한 높아지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앞으로 2009년 이후 100년간 총 2100만개의 비트코인만 발행토록 돼 있기 때문입니다. 난이도가 어렵다보니, 채굴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고도 많은 편이죠.

1세대격인 비트코인 채굴이 채굴을 하면서 컴퓨팅 파워를 낭비할 수 밖에 없게끔 돼 있다면, 2세대격인 이더리움은 보다 생산적입니다. 이더리움은 앱 서비스 개발이 일종의 채굴이 되는 구조입니다.예컨대 이더리움 암호화폐 이더를 매개로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를 개발한다던가 하는 식입니다. 생산적인 활동을 했을 때 그에 대한 보상으로 암호화폐가 생기는 것입니다.

채굴의 의미는 최근 더 확장되는 추세입니다. 블록체인 비즈니스 확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블록체인 방식이 응용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스팀잇‘은 ’글을 써서 올리는 행위‘ 자체가 채굴과 블록 형성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읽는 글을 쓰고 일종의 ’좋아요‘를 많이 받는다면 그만큼 보상으로 받는 코인도 많아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블록체인의 블록 형성이 암호화폐 보상과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수 기업들이 자신들의 계약 신뢰성을 담보하는 방식으로 블록체인을 쓸 수 있습니다. 이때는 블록만 형성합니다. 블록체인이 갖고 있는 완결성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이론적 개념은 1980년대부터 있었습니다. 1982년 데이비드 차움이 정보를 다른 이들이 위변조하거나 함부로 열어보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암호화폐의 초기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디지털화된 암호화폐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컴퓨터 성능이 미진했고, 인터넷 서비스가 확산되기 전이라 소수 기술자들의 아이디어로 그쳤습니다.

블록체인이 극적인 전기를 마련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때였습니다. 기존 중앙은행 통제식의 금융 구조에 대한 회의감이 커졌던 것이지요. 때 마침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라면서 탈(脫)권위, 탈 중앙화 운동도 일어납니다.

2008년말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상의 인물이 논문을 발표합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시작이었습니다.

여기에 기술적 진보도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발달에 한 몫했습니다.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됐고 컴퓨팅 기술도 커진 덕분입니다. 전세계 수십만대의 컴퓨터가 모이면 1대의 슈퍼컴퓨터보다도 우수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바로 P2P(peer to peer) 기술의 발달입니다. 집단 지성으로 뭉친 커뮤니티가 기존 질서를 바꿀 수 있겠다는 믿음이 커졌습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프로그램을 짜는 오픈소스의 발달은 블록체인 시대의 도래를 앞당겼습니다. 예컨대 A라는 사람이 B라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들고 소스 코드를 공개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고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비트코인 블록체인 등 수많은 블록체인도 해당 커뮤니티에 속한 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예 P2P(개인간 직접) 거래 방식의 금융(디파이, DeFi)까지 등장하는 추세입니다.

최근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정신은 인터넷 비즈니스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페이스북, 유튜브, 우버 등 기존 거대 플랫폼에 대한 반격입니다. 이들 플랫폼 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안에서 열심히 일했던 사용자들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 보상은 이들 사용자가 아닌 이들 기업의 주주들에게 독점적으로 돌아갔던 것이지요. 역설적으로 페이스북이나 텔레그램, 카카오톡 같은 중앙화된 플랫폼 역시 블록체인과 자체 암호화폐 추진을 통해 시장 참여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금의 블록체인은 사용자들 그들이 만들어낸 가치를, 그들이 나눠갖게 하자는 데 있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인터넷 세상이 펼쳐질 수 있기에, 덕분에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은 제2의 인터넷이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