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사상최저`..바닥이 어디냐

by권소현 기자
2004.07.26 14:43:47

시가총액 삼성전자의 절반이하..수급개선 기대난
대형IT기업의 하청업체 전락..`자생력 상실`

[edaily 권소현기자] 코스닥의 바닥은 어디일까. 연일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며 추락하던 코스닥지수가 26일에는 급기야 사상 최저치 기록마저 경신했다. 코스닥 시가총액은 28조원대로 떨어져 거래소 시가총액인 334조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상황. 삼성전자 한종목 시가총액인 61조원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거래소시장은 그나마 하방경직성을 보이며 730선에서 버티고 있는 반면 코스닥시장은 지지선이 무너지며 최저치까지 무너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이 이제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거래소의 틈새시장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기도 어렵고, 단기적으로 낙폭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 사상 최저치 경신 26일 코스닥시장은 아예 출발부터 350선을 하회했다. 개장 30분을 넘기면서 낙폭을 꾸준히 확대하던 코스닥지수는 오후 2시에 근접하면서 345선을 하회했다. 작년 3월17일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저치였던 346.40을 일찌감치 하회했으며 같은 날 기록한 장중 최저치 344.60도 뚫고 내려갔다. 이번달 들어 코스닥지수는 10% 넘게 하락했고, 이달초 30조원를 넘었던 시가총액도 28조원으로 떨어졌다. 종합주가지수가 6% 가량 빠진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다. ◇ 거래소 주변주 시장으로 이처럼 코스닥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변화를 들고 있다. 즉, 벤처기업과 성장기업 중심의 독자적인 코스닥 시장이 아니라 이제는 거래소 대형 IT 기업들의 하청업체 중심으로 변화했다는 것.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2000년 초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새롬기술이나 드림라인, 버추얼텍과 같은 대표적인 벤처기업이 차지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 시총 상위종목에서 인터넷과 통신주를 제외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납품하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최근처럼 거래소의 주요 IT업체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주변주의 주가흐름은 더 나쁠뿐 좋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신동민 애널리스트는 "작년 초에는 그나마 인터넷주가 코스닥 지수를 뒷받침해줬지만 최근 인터넷 업계 경쟁심화 우려에 외국인 매도세가 더해지면서 인터넷주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 애널리스트는 "코스닥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IT하드웨어와 LCD, 휴대폰 부품주가 모두 거래소 종목의 주변주였기 때문에 코스닥은 더이상 거래소 시장의 틈새시장이 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강원랜드, 엔씨소프트, 기업은행에 이어 최근 KTF까지 거래소로 이전하면서 코스닥지수의 안정성과 대표성이 상당히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 사건사고 빈발..신뢰 너무 낮다 코스닥시장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터지면서 여전히 신뢰를 회복하기가 요원하다는 점도 지수 지지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액면가나 시가총액 요건 미달에 따른 퇴출 가능성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고 각종 횡령사건에 재무적 위기에 처한 기업들도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26일에도 텔슨전자에 대해 화의절차 개시 신청설이 나도는 등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코스닥기업들이 상당수에 달한다. 신 애널리스트는 코스닥시장이 2차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001년말 IT 및 벤처 버블이 꺼지면서 1차 구조조정을 겪은 코스닥시장이 또 다시 재편과정을 겪으면서 이에 따른 고통도 수반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 애널리스트는 "일례로 최근 세원텔레콤이 법정관리에 들어간데 이어 텔슨전자도 화의를 신청해 중저가 휴대폰 업계가 재편되고 있다"며 "인터넷 업계 역시 KTH의 파란닷컴 런칭으로 경쟁심화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네오위즈는 어닝 쇼크를 발표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이익이 정점을 기록하고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같은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코스닥시장이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개인의 시장..수급도 문제 코스닥이 개인투자자 시장이라는 점도 거래소에 비해 지지력이 낮은 이유로 들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자금 여력이라고 할 수 있는 고객예탁금은 지난 22일 7조7520억원으로 연중 최저치까지 떨어진 이후, 이렇다할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7조7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실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 애널리스트는 "개인들이 가계부채 문제에 시달리고 있고 부동산에 자금을 묶어둔 상태이기 때문에 코스닥시장에 투자할 자금이 여의치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손범규 애널리스트 역시 "코스닥은 장기 투자자가 아니라 단기 투자하는 개인 중심의 시장"이라며 "일단 수급기반은 일단 취약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 개선 기대 어렵다 이같은 상황에서 당분간 코스닥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대우증권 신 애널리스트는 "장중 저점을 뚫고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며 "기술적 반등도 기대해볼 수는 있지만 이후 상승추세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심스럽다"고 판단했다. 즉, 코스닥시장은 당분간 저점과 고점 사이에서 박스권 장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굿모닝신한 김 애널리스트는 "이제 코스닥 시장에서 어떤 투자전략을 취하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너무 많이 빠졌기 때문에 저가에 매수한다는 접근 자체도 위험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증권 손 애널리스트는 "코스닥이 자체 동력을 갖고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다"고 판단하고 "일단 거래소 시장에 연동되는 경향이 높은 만큼 종합주가지수와 거래소의 주요 IT 기업들의 주가흐름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