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더 쉬워진다...ILO 협약 적용 두고 신경전

by최정훈 기자
2022.04.20 11:43:44

ILO 핵심 협약 발효…노조법 개정해 제도상 영향은 적어
강제 노동 금지·정치 파업 허용·해고자 노조 가입 등 담겨
노동계 “국내법 여전히 핵심 협약 기준 못 미쳐 개정해야”
경영계 “노조 권한 지나치게 강화…보완 입법 해야”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강제 노동을 금지하고, 해고자의 노조 가입과 정치 파업 등을 허용하는 ILO 핵심 협약 3건이 오늘(20일)부터 발효된다.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난 핵심 협약을 두고, 노동계는 현 제도가 국제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경영계는 노조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돼 노사 불균형이 심화된다며 정부에 보완을 촉구했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 인수위원회 앞에서 민주노총·한국노총 주최로 열린 ILO기본협약 발효에 따른 양 노총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이날 ILO 핵심협약 3건이 발표된다. 지난해 비준한 강제노동 금지협약인 29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인 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협약인 98호다. 이에 우리나라는 ILO 핵심협약 8개 중 7개가 발효됐고, ILO 협약 전체는 27개에서 30개로 늘어났다.

먼저 ‘제29호 강제노동 협약’은 모든 형태의 강제 노동을 금지하는 협약이고,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은 결사의 자유의 기본 원칙에 관한 협약으로, 노사의 자발적인 단체 설립, 가입과 자유로운 활동 등을 보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제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협약’은 근로자의 단결권 행사에 대한 충분한 보호와 자율적인 단체 교섭을 장려하는 협약이다.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난 ILO 협약의 발효가 현재 우리나라 제도에 큰 변화를 만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가 핵심 협약 비준안을 제출하기 전인 2020년 12월 국내법과 충돌하지 않도록 노조법 등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해고자나 실업자에 대한 기업별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사업장 내 주요 시설에 한해 쟁의행위 금지 등이 골자다.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단체협약은 무효로 하고 사용자가 이 한도를 초과해 노조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면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ILO 핵심 협약 발효를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는 상반된 내용의 우려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먼저 노동계는 국내법이 여전히 핵심 협약이 요구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료=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양대노총은 이날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발효되는 협약을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서 새 정부가 실행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새 정부 취임 직후부터 오늘 발효되는 협약과 법· 제도· 현실이 얼마나 심각하게 동떨어져 있는지 점검하여 개선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대노총은 이어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 등 수많은 노동자들이 노동3권 보장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며 “파업의 목적 ·주체 ·절차 ·방법 등 겹겹이 쌓인 요건을 뚫고 합법파업으로 인정받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공공부문에서는 지나치게 폭넓은 필수공익사업장 규정과 부당한 필수업무유지제도로 파업을 하더라도 힘을 발휘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반면 경영계는 핵심 협약 발효 이후 노조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돼 노사 관계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19일 보고서를 통해 “ILO 핵심 협약을 이유로 노조법이 지나치게 확대 해석되거나 노동계 편향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며 “뚜렷한 법률적 근거가 없음에도 노동계의 기대심리 상승으로 인한 교섭질서 혼란과 분쟁 확대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총은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핵심협약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국내법 적용원칙을 확립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