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트럼프, 흑인 대통령 향한 백인들의 불안감 자극" 일침
by김보겸 기자
2020.11.13 12:21:21
오바마, 17일 3번째 회고록 ''약속의 땅'' 출간
트럼프, 인종차별 행태 강력 비판
"트럼프·공화당, 외국인 혐오 중앙무대로 끌어와 악용"
부시 전 대통령은 "품위 있다" 호평
| 2007년 부시 전 대통령 연설을 듣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과 테드 케네디 민주당 상원의원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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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곧 출간을 앞둔 회고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인종차별 행태를 강력 비판했다. 공화당도 공범이라고 꼬집었다.
12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오늘 17일 총 786페이지 분량의 3번째 회고록 ‘약속의 땅’을 출간할 예정이다. 책 제목에서 미국을 약속의 땅이라고 묘사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의 미국 정치·사회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이에 기여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담겼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마치 백악관에서 ‘나’라는 존재가 자연 질서를 교란한 깊은 공포를 촉발한 것 같았다”며 운을 뗐다. 첫 흑인 대통령인 자신을 보좌하게 된 백악관 직원들이 이질감을 느낀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인종차별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내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아 위법한 대통령이라는 주장이 퍼지기 시작할 때 트럼프는 이를 잘 알고 있었다”며 “‘백악관의 흑인’에 겁먹은 수백만 미국인들에게 트럼프가 인종적 불안을 해소할 만병통치약을 약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출생지 논란, 즉 ‘버서(Birther)’ 음모론로 자신의 백인층 지지기반을 닦았다는 비판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공화당도 공범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8년 대선 당시 공화당 내 강경보수 그룹 ‘티파티’의 대표주자 사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대통령 후보로 떠오른 것을 언급하며 “페일린을 통해 오랫동안 공화당 주변부를 맴돌던 외국인 혐오와 반(反)지성, 편집증적 음모론, 흑인과 유색인종을 향한 반감이 중앙무대로 가는 길을 찾은 것 같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트럼프나 (공화당 하원의장 지낸) 존 베이너, (공화당 현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유일한 차이라면 트럼프는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2008년 11월 10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을 백악관에 초대해 인수인계하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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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높이 평가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2008년 정권교체 당시 대통령직 인수인계를 기꺼이 환영했다는 이유에서다. 회고록은 대선 전에 작성됐지만, 현재 조 바이든 당선인의 정권인수에 협조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을 향해 “제도에 대한 존경 때문이거나 부친으로부터의 가르침 때문이거나 자신의 정권인수 과정에 대한 나쁜 기억 때문이거나, 아니면 그냥 기본적인 품위 때문이거나 부시 대통령은 내 선거(결과)와 그의 퇴임 사이 11주 동안 모든 것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부시 전 대통령의 딸) 바바라와 제나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딸) 말리아와 사샤에게 (백악관) 투어를 시켜주기 위해 그들의 스케줄을 재조정했다”며 “때가 오면 나도 후임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해 주자고 스스로 다짐했다”고 썼다. 대선 결과가 가려지면 퍼스트레이디와 대통령 가족들이 후임에게 전화를 걸어 인수인계하는 것이 백악관 관례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아직까지 바이든 당선인의 아내 질 여사에게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당선인을 향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러닝메이트로 그를 꼽은 것을 회상하며 “만약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조가 대통령으로 일할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내가 너무 어리다며 걱정하는 이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며 “가장 중요한 건 내 직감이 조는 품위있고 정직하며 충성스럽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가 평범한 사람들을 아낀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아버지로부터 받은 꿈들(Dreams From My Father)’(2006), ‘담대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2008)을 발간했다. 부인 미셸 여사가 2018년 출간한 ‘비커밍’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오바마 부부는 회고록 선인세로 6500만달러(한화 약 720억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