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의 빅피처
by김영수 기자
2020.10.12 11:00:30
몸값 1兆안팎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도전장
인수시 ‘조선-정유-건설 기계’ 삼각 편대 완성
사업부문 다변화로 안정적 수익성 확보 기대
| 권오갑,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로 삼각편대 완성할까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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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이 해외나 투자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에 넘어가서는 안됩니다.”
최근 두산인프라코어(042670)(DIC) 인수전에 도전장을 던진 권오갑(69·사진)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뼛속까지 ‘현대그룹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산업 및 관련 기업을 지키자는 것도 평소의 지론이다. 경영악화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을 잡음없이 이끌고 있는 것도 이같은 경영철학이 담겨 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권 회장이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으로서 유일하게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것은 그만큼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권 회장이 현대중공업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DIC 인수전에 도전장을 던진 데 대해 재계는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9년말 그룹 1인자 자리에 오른 후 처음으로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 인수·합병(M&A)에 베팅해서다. DIC 인수전 참여는 권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점에서 그룹 내부에서도 인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이 DIC를 인수하게 되면 과거 현대종합상사, 현대오일뱅크 등에 이은 대형 M&A를 성공시킨 업적으로 기록된다.
특히 권 회장으로선 DIC를 인수할 경우 ‘조선-정유-건설 기계’라는 균형잡힌 삼각 편대(사업부문)를 완성하게 된다. 시황에 따라 영업이익이 크게 좌우되는 조선, 정유 부문의 영업악화를 상쇄할 수 있는 건설 기계 부문 편입으로 새로운 성장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현대중공업그룹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조선과 정유 부문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를 116억 달러로 제시했지만 현재 목표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상태며 현대오일뱅크도 정제마진 악화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업계는 “현대중공업그룹의 DIC 인수는 조선산업 집중도를 낮춰주는 등 그룹의 사업구조 다각화를 이뤄 실적에도 반영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DIC를 품을 경우 현대건설기계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4.5%로 높아지게 된다. 4.6%를 점하고 있는 볼보건설기계와 비슷해지는 셈이다. 국내 건설기계 시장 역시 70% 이상을 장악하게 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올 연말 대우조선해양의 지주사(한국조선해양) 편입을 목표로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직접 기업결합심사와 관련 협상에 나선 것도 유의미한 행보로 읽힌다. 연내 대우조선 인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촌각을 다투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시계제로인 경영상황에서 대우조선 인수를 마무리 짓고 DIC까지 인수한다면 향후 경영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시장 점유율 확대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장기적인 성장 모멘텀을 위한 신의 한수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최대 관건은 인수 여부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은 당초 인수전에서 발을 빼려 했으나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우발채무 리스크 해소와 함께 산업은행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의 재무적 투자자(FI) 참여로 이번 인수전 참여를 전격 결정하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든든한 파트너를 구했지만 MBK파트너스 등 국내 대형 사모투자펀드(PEF)가 참전하면서 인수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다만 현대건설기계를 자회사로 둔 현대중공업지주의 경우 향후 DIC 인수 후 시너지가 크다는 점에서 매도자 측 정성 평가에서 후한 점수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인수후 투자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영 안정성과 영속성을 담보할 수 있어서다.
IB업계 관계자는 “DIC를 매각하는 두산그룹으로선 높은 매각가를 적어 내는 원매자를 선택하는 건 당연하다”며 “다만 원매자들간 가격차가 크지 않다면 정성 평가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