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美 개봉 앞 귀국 입열다

by한국일보 기자
2007.09.03 21:40:38

"관객들에 감사··· 차기작 5편 동시 진행"
"영화도 안 본 후배들이 막말…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한국일보 제공] 심형래(49) 감독이 3일 마침내 입을 열었다. <디 워>의 숱한 논란과 화제 속에서도 한달 동안 입을 봉했던 이유를 그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 미국 개봉 준비 때문”이라고 했다.
<디 워>개봉 이후 두 번째, 17일간의 미국방문을 마치고 1일 귀국한 심형래인 만큼 먼저 미국 보따리부터 풀어 보였다. “소니픽쳐스 엔터테인먼트(SPE)와 DVD 해외배급계약을 완료했다. 수익분배는 8대2로, 우리가 8을 갖는 조건이다. 마케팅비용도 소니 측이 모두 부담한다.”

사람들이 믿지 못할까 봐 사인한 계약서와 서명 당시 사진까지 보여주었다. “이렇게 빨리 계약될 줄 몰랐다. 서류만 해도 800 페이지가 넘어 최소 6개월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오히려 소니 측이 계약조건으로 영구아트의 차기 모든 작품까지 달라는 요구까지 할 정도로 적극적이어서 그것을 거절하느라 애 먹었다.”

-이런 계약이 가능했던 이유는.

“<디 워>가 미국 시장의 입맛과 조건에 맞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소재의 가족영화, 아이들이 좋아하는 SF물이면서 선정적인 장면이나 피가 나오지 않고, 상영시간 역시 90분을 넘지 않게 편집했다. 이런 노하우를 <용가리> 때 배웠다.”

-문제는 14일 개봉하는 미국 극장에서 성공여부다. 지금 상황이 어떤가.

“낙관만 할 수 없다. 같은 날 개봉하는 영화 3편이 <디 워>의 1,500개 보다 많은 스크린을 확보한데다, 2주전부터 개봉한 영화까지 포함하면 무려 300편(제한상영 포함)이 경쟁한다. 힘든 싸움이 될 것 같다.”

한국에서의 흥행성공(1일까지 821만명)과 화제가 조금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그런데 심형래는 <용가리>때와는 달리 그런 기대를 냉정하게 잘랐다. “교포들에게는 분명 자극이 되지만 미국 주류사회에는 안 통할 것이다. 미국관객을 상대로 <디 워>가 평점 86점을 받았다는 사실, 장르의 차별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국내 이야기로 돌아와서, 흥행성공에 대한 느낌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관객들이 고맙다. 덕분에 힘이 더 생긴다. 무엇보다 할아버지, 아버지, 아이 3대가 팝콘 먹으며 나란히 앉아 <디 워>를 보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 영화가 끝날 때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다. 정말 얼마 만에 보는 풍경인가.”

-영화 자체는 물론 심형래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생각은 서로 다르기 마련이다. 재미있게 본 사람의 칭찬도, 재미 없게 본 사람의 비판도 <디 워>에 대한 애정으로 받아들인다. 다음 영화 더 잘 만들라는 충고로 생각한다. 겨우 2편 만들었는데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말라.”

역할분담에 대해 그는 “나이도 있고, 언제까지 맨 땅에 헤딩할 수만은 없지 않느냐. 제발 그렇게 하고 싶다. SF물을 잘 아는 좋은 감독 있으면 소개해 달라 얼마든지 맡기겠다. 또 김민구 조감독 같은 인물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충무로에 대한 반감 역시 “사적으로는 몰라도 대중 앞에서 언제 내가 비방을 했느냐”며 “이미 감독협회, 영화인협회에도 가입했고, 최근 연락이 온 한국영화제작가협회 가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무로와의 교류 역시 <디 워>의 많은 스태프가 충무로 인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사’에 대해서만은 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서사가 좋다 나쁘다. 아니면 사실에 근거해 만드는 게 좋다고 해야지 서사가 없다고 하면 안 된다. 그건 표현이 없다는 것인데, 무식한 얘기다. 아이들도 다 이해해야 하는 가족영화, SF영화를 자기 입맛에 맞는 스토리로 만들라는 얘기냐.”

예의에 대해서도 말했다. “한참 대선배가 만든 영화를 보지도 않고 젊은 감독(이송희일)과 제작자(김조광수)가 마구 얘기한 것은 인간의 예의를 상실한 짓이었다.”

-<디 워>의 뛰어난 CG기술도 심형래 영화 아닌 다른 영화가 이용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는데.

“말도 안 된다. 할리우드에서 같이 작업하자고 온 작품도 4,5편이나 된다. 찍을 때 우리와 백 테이터만 협의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럴려면 아직도 내 영화 만들기에도 벅찬 인프라 확대가 시급하다.”



-100% 국내 CG기술이란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 만하다. 우리가 했으면 허접스러워야 하는데. 보고 한번 파헤쳐 보라고 할까. 그런 소문 자체가 할리우드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앞으로 만들 영화가 많은가.

“11월부터 3D(입체)애니메이션 <추억의 붕어빵>과 벌써 CG로 말론 브란도의 얼굴을 만들어 놓은 <라스트 갓 파더>, 또 다른 괴수영화 <피시 워>,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한 <아이 워너 고 홈>등 5편을 동시에 진행한다.”

-편집으로 잘린 장면 중 가장 아까운 부분은

"전반부 미니어처 폭파 장면이다. 한 컷 만드는데 3, 4년이나 걸렸다."

-그렇다면 그것을 DVD에서 '디렉터스 컷'으로 살릴 생각은 없나.

"아니 그냥 메이킹 필름에만 넣겠다."

-테마파크 만든다는 계획은.

"이제는 뻥 치지 않겠다.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시간이 걸릴 문제다."

-정말 미국 일로 바빠서 그동안 입 다물고 있었나.

"하도 어이없어 말할 기분도 아니었다. 그렇게 엉망이면 왜 소니가 달려 들었나."

-해외에서 얼마를 벌 것 같은가.

"신도 아닌데. 내가 어떻게 맞추나. 다만 나의 영화 목표는 언제나 수출 10억 달러다. 그때까지 포기 않고 간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쟁력이 그렇게 자신 없나. 노력해서 수출해달라'는 말을 그대로 실천했다. 그런데 왜 대통령은 내 영화 안보는 거지."

-미국언 언제 다시 가나.

"10일에 간다. 13일에 외신기자 공식시사회가 있다. 그것 보고 금방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