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코로나 시기 '국경통제' 충격 커…중·러 경제협력 변수"

by이지은 기자
2023.09.27 12:00:00

KDI 북한경제리뷰 9월호서 팬데믹 전후 변화 진단
"대외무역 80% 이상 감소…수입품 가격 폭등 지속"
"원달러 환율 회복 추세…북중러 삼각협력도 강조"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북한 경제가 코로나19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보다 ‘국경통제’ 정책으로 인한 충격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향후 시장 질서가 회복되는 데 있어서 주요 변수로는 중국·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이 꼽혔다.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2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KDI 북한경제리뷰 9월호’에 따르면 정은이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의 ‘팬데믹 전후 북한경제 변화: 시장과 정책을 중심으로’ 보고서에는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 북한의 대외무역은 80% 이상 감소했다. 2019년 28억437만1000달러에 달했던 북중 무역 규모는 지난해 1억277만1000달러까지 줄었다. 북러 무역 규모도 2020년 4565만6000달러에서 작년 4만2000달러로 축소됐다.

다만 시장 축소를 가져온 결정적 원인은 코로나19 자체가 아닌 북한 당국의 국경봉쇄 조치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이 위원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당국의 통제는 지역·시기별로 상이했고, 직접적 피해는 규모와 강도 면에서 예상보다 크지 않아 의료 붕괴 상황에 이르지 않았다”며 “수입품 가격의 폭등이 코로나19 기간 지속됐고,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의 감소로 상인들의 장마당 출근율이 저조해지며 시장이 자발적으로 축소한 측면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경봉쇄 과정에서 국가가 시장을 독점하는 시스템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국가는 국경통제 정책으로 인해 코로나19 기간 유일하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제주체”라며 “2019년까지는 민간 돈주를 중심으로 하는 수공업과 운송업이 시장의 중심이었다면, 코로나19 기간에는 국영 부문의 이익이 커지고 이와 관련된 관료들의 이익 추구가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엔데믹 시기에도 북한의 국경봉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시장 체계가 근본적으로 무너진 건 아닌 만큼, 향후 민간 부문의 자유도가 점차 커질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진단이다.

이 위원은 “코로나19 기간 절반가량 하락한 북한의 원달러 환율이 다시 회복 추세로 돌아갔다는 건 기대 심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중 경제협력에 주목했다. 또 “주북 러시아 대사는 코로나19 기간 북러 경제협력 뿐만 아니라 북중러 삼각협력도 강조하고 있으며 여기엔 임가공을 비롯해 관광, 인프라 협력 등이 포함된다”며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이런 흐름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