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검수완박' 공식 반대…"다수당 마음만 먹으면 통과, 힘 보태달라"

by하상렬 기자
2022.04.08 12:30:45

실무담당 대검 정책기획과장 내부망에 호소글
김오수 검찰총장 승인 뒤 게시…검사들 호응
지휘부 적극 행동하라는 일부 비판 목소리도
"총장·고검장…선배로 모시기 부끄럽다"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대검찰청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 통과 움직임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며 내부 구성원들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입장에 호응하며 힘을 모으는데 동참한다는 검찰 내 여론이 조성되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진=연합뉴스)
권상대 대검 정책기획과장은 8일 오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검수완박 법안 관련 상황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렸다. 대검 정책기획과장은 검찰 업무를 기획 및 법령 개정 등 업무를 하는 자리로 검찰수사권 조정 관련 핵심 담당자다.

권 과장은 “지난 5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검수완박이 본격 논의됐고 오는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당론을 결정한다고 한다”면서 “전날 퇴근 무렵 법제사법위원회 사보임 소식을 들었다. 이제 ‘민주당 3 국민의힘 3’ 구도였던 안건조정위가 ‘민주당 3 국민의힘 2 무소속 1’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아져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이 동일한 의견을 가지면 소위 심사가 종료된다”고 설명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 7일 국회 법사위의 박성준 민주당 의원을 빼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배치하는 사보임을 결정했다. 이에 법사위 구성원은 민주당 11명, 국민의힘 6명, 무소속 1명으로 바뀌었다.

권 과장은 “사보임은 검수완박 등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미 작년 공수처법, 탄소중립법, 사립학교법, 언론중재법 등에서 비슷한 형태의 사보임을 통해 안건조정위가 무력화됐던 사례가 있다. 이번 사보임은 그 목적이 아니라는 설명을 진심으로 믿고 싶지만 다른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국 이래 70년 검찰 역사와 제도를 형해화시키고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도 다수당이 마음을 먹으면 한 달 안에 통과될 수 있는 거친 현실과, 별다른 방법도 없이 또다시 의원님들에게 사정하고 곱지 않은 민의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우리 검찰 구성원들의 처지가 너무 안타깝고, 실무자로서 죄스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저에게 있어 검찰개혁은 임관 직전인 2005년 어떤 대법원장님의 ‘검찰의 조서를 던져버려라’는 말에서부터 시작됐고, 이제 그 ‘검찰개혁’의 끝이 보이는 듯하다”며 “이 법안과 심의절차가 과연 우리 헌법과 국회법이 용인하는 것인지, 우리 가족을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데 도움이 되는지, 상식과 양심이 존중받는 사회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인지 묻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리 이런 상황까지 예상하지 못한 실무자로서 드릴 말씀은 아닙니다만, 우리 검찰구성원 모두 관심을 갖고 저희를 지켜보는 국민드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권 과장의 글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전 승인을 받고 내부망에 게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사들은 해당 글에 댓글을 달거나 따로 글을 올려 검수완박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뿐만 아니라 검찰 지휘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도 압박했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은 이프로스에 ‘검찰개혁 관한 총장님, 고검장님들 입장이 궁금합니다’는 글을 올려 “일개 부장검사급 과장이 분을 토하며 글을 올릴 지경까지 돼도 총장님, 고검장님, 검찰국장님 등 그 직을 담당하는 분들은 조용조용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르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며 “‘내 목을 쳐라’고 일갈하던 모 총장님의 기개까지는 기대하지 못하겠지만, 바람이 앞에서 역풍으로 부니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마냥 사라져버리는 분들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수산나 인천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70년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업무를 4월까지 시한을 정해놓고 일사천리로 진행하려는 시도는 최대 다수의 행복을 위한 입법활동으로 보기 어렵다”며 “‘수사와 기소 분리’가 바람직한 방향이라 하더라도 급격한 제도 변화가 가져올 제반 문제점에 대한 검토와 대안 마련이 선행돼야 하고, 적어도 수사권 조정 이후 발견된 문제점들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이 병행되는 과정에서 논의되고 추진돼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대검은 이날 오후 5시 김오수 총장 주재로 전국 고검장 회의를 개최한다. 회의에선 검수완박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