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반값 피자’ 속출 배경은

by전재욱 기자
2020.12.16 11:00:00

피자헛·도미노피자·미스터피자 50% 할인 프로모션
피자끼리 견제하다가 외식 전체와 경쟁하며 업황 악화
염가 전략 승부수 띄웠으나…"품질 악화, 소비자 외면" 우려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피자 업계가 반값 제품까지 내놓고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배달 음식 대명사’에서 외식의 변방으로까지 밀린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가격 경쟁→품질 저하→소비자 외면’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은 오는 20일까지 프리미엄 피자(라지 기준)를 구매하면 한 판을 더 주는 ‘1+1’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 11일 포장 주문하면 50%를 할인한 데 이은 반값 피자 행사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8~14일 회원 대상으로 2만원 할인 쿠폰을 제공했는데, 최고가(3만5900원)에 적용하면 가격은 절반 이하로 내려간다. 이와 별개로 피자헛은 프리미엄 제품 전부를 대상으로 배달 30%·포장 40% 할인을 상시 적용하고 있다.

업계 1위 도미노피자도 지난달 프로모션을 몰아서 진행했다. 슈퍼블랙위켄드 50%, 페이코인 결제 50%, 온라인 회원 대상 35%, 나폴리 도우 포장 주문 35%, 프리미엄 피자 35%, 휴면 고객 대상 30%(스파게티 제공) 등이 11월 한 달에만 진행한 공식 할인 행사다. 업계 수위권의 미스터피자도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피자를 ‘1+1’으로 판다.

피자 시장 잠식 위기감이 커지는 데 따른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해석된다. 업계는 올해 배달 시장이 팽창했으나 피자 주문이 발맞춰 늘어나지는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배달 음식 품목이 전보다 늘면서 피자에 대한 집중도가 옅어진 때문이라고 한다.

외식을 꺼리는 기류가 만연해 매장 판매가 여의치 않은 상황도 업계 힘을 빼는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실적 마감을 앞두고 매출 띄우기용이라는 해석도 내놓지만, 업계는 엄살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피자가 배달 음식의 대명사라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라며 “전에는 피자끼리 견제했지만 이제 여러 외식 상품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피자헛, 도미노피자, 미스터피자의 반값 및 1+1 행사 프로모션.(사진=각사)


여기에 냉동 피자와 내전도 견뎌야 했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커지면서 하품(下品)으로 취급받던 냉동 피자가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CJ제일제당은 이달 신제품 냉동 피자 ‘고메 프리미엄 피자’를 내놓으면서 ‘전문점 피자처럼 맛있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고급화 전략을 내세웠는데 가격은 1만 원 이하(8980원)다. 풀무원도 크리스마스 대목을 노린 겨울 시즌 냉동 피자 ‘노엣지 피자’를 새로 낸 상태다. 피자 테두리를 없애고 모퉁이까지 토핑을 채워 반응이 좋은 편이다.

냉동 피자가 맛을 끌어올리는 새, 외식 피자 업계는 가격을 내려서 상반된다. 이런 기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뒤따른다.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하려면 품질을 낮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맛이 없으면 소비자가 외면하고, 이로써 악순환이 반복할 수 있다.

피자 회사 관계자는 “가격 경쟁이 붙으면 품질과 서비스가 하향 평준화할 수밖에 없다”며 “맥도널드와 롯데리아가 붙은 햄버거 전쟁으로 시장이 침체했던 사례를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다가올 무형의 비용 외에 당장 감당해야 하는 금전적인 비용도 부담이다. 물론 단순히 매출 하락을 우려하기보다는, 고객을 유인해서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피자 값이 내려가면 가맹점은 매출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프로모션은 가맹점 측 동의를 받아서 진행하는 게 예사이다. 다만 동의를 받는다는 게 반드시 비용을 보전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보전 범위도 프로모션마다 차이가 난다.

한국피자헛 측 관계자는 “지난해는 올해만큼 프로모션을 하지 않았는데, 올해 외식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늘린 것”이라며 “프로모션은 가맹점 동의를 받아서 진행한다”고 말했다. 미스터피자 쪽도 비슷한 취지의 설명을 했다. 도미노피자는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