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훈길 기자
2016.05.11 12:00:00
면세점 8곳 5년간 14차례 적용환율 담합 확인
38개월 부당이익·소비자 피해에도 시정명령 처분뿐
"피해 계량화 불가능..흐름 볼 때 부당이익 적다고 판단"
신규 면세점 추가 앞둔 업계는 부담 덜어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4년여 동안 면세점 업체들의 담합 혐의를 조사해 온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부과 없이 ‘경징계’ 수준으로 사건처리를 종료했다. 담합에 따른 부당이득, 소비자피해 등이 미미하다는 판단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국산품 원화판매 가격을 달러표시 가격으로 전환할 때 기준이 되는 적용환율 및 적용시기를 담합한 면세점 업체들에 대해 공정거래법(19조·가격담합) 위반 혐의를 적용, 시정명령(행위금지·정보교환금지명령)을 부과했다고 11일 밝혔다.
해당 업체는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디에프글로벌, 롯데디에프리테일, 호텔신라(008770), 동화면세점, SK네트웍스(001740), 한국관광공사 등 8곳이다. 시정명령은 경고 처분 다음으로 낮은 수준의 제재다.
앞서 2006년 7월부터 시내 면세점에서 내국인에 대한 국산품 판매가 허용된 이후 “동일한 상품인데 면세점별로 달러표시 가격이 다르다”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됐다. 이에 업체들은 2007년 1월부터 적용환율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 2007년 1월 롯데·신라의 담합을 시작으로 2012년 2월까지 이들 업체들은 총 14차례에 걸쳐 유무선 전화 연락 등을 통해 담합했다. 이후 업체 간 환율 조정에 이견이 생겨 신라가 2011년 5월에, 나머지 7개 업체는 2012년 2∼3월에 담합을 중단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들이 담합을 통해 적용환율을 낮춰 부당이익을 취했다고 결론 내렸다. 시장환율보다 적용환율이 낮으면 면세점이 이익을 얻게 된다. 담합 기간(63개월) 중 적용환율이 시장환율보다 낮은 경우는 38개월(60.3%)에 달했다. 이 기간 동안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은 셈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경쟁제한 효과가 미미하고 부당 이득이 미미하다는 점을 고려해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면세점 간 가격 경쟁이 제한됐지만 최종 판매단계에서 환율보상 할인, 다양한 판매촉진 할인 등으로 경쟁이 활발하게 이뤄져 달러표시 가격대로 판매되지 않은 점 △적용환율 수준이 시장환율보다 높은 경우도 있어 담합으로 인한 부당이득이 크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재신 기업거래정책국장은 “비교할 만한 지표를 찾는 게 쉽지 않았고 다양한 할인도 있어서 최종적인 소비자 피해를 계량화하는 게 불가능 했다”며 “전체적인 흐름을 볼 때 부당이익이 적다는 게 위원회 최종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진술을 받을 것도 많았고 조각조각 (담합 증거를) 모으는데 시간이 걸렸다”며 “통상적으로 담합 사건 처리에 2~3년이 걸리는데 이번 사건의 처리 기간이 늦은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서울에 신규 면세점 4곳을 추가하기로 하고 심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경미한 수준의 공정위 처분이 내려지면서 지난해 면세 사업자 심사에서 탈락한 롯데와 SK는 부담을 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