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김중수 "아베노믹스 1년, 한국 잘 극복하고 있어"

by방성훈 기자
2013.12.12 13:38:43

"美 양적완화 축소 등 대외변화 고려한 통화정책 운용할 것"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올 한 해 한국이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잘 극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2.5%)를 동결한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해 아베노믹스가 시작될 때 우리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부분의 산업들이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경상수지 흑자가 대규모 발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일본과 직접 거래하는 철강, 가전, 자동차 등 일부 산업은 피해가 컸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엔-원 마켓이 없어 간접적인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엔저도 경계점이 있을 것이고, 그 경계점이 어디인지 사전적으로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예의 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경기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총재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근원물가로 수렴한다고 볼 때, 근원인플레이션율이 올랐고 기대인플레이션도 전달과 비슷해 물가가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금리인하보다는 금리인상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재는 또 현재의 경상수지 흑자의 가장 큰 원인이 석유 및 원자재 가격 하락 등 수입물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환율보다는 물량과 가격 때문에 발생했다”며 “내수 진작과 수입을 더욱 유발하는 것이 균형적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외 상황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및 유럽의 금리 인하 등 세계 금융시장의 상황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기축 통화를 사용하는 주요 선진국들의 통화정책이 서로 달라 우리도 고민이다”며 “또 직접적인 효과 외에 우리 주변국들에 영향을 끼치면서 나타나는 간접효과도 있는 만큼 슬기롭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최근 국내 채권 및 주식시장에서 자금 유출이 있는데, 그 폭이 크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한 것과 관련, 김 총재는 “대통령께서 방향성을 제시했다기 보다 현재 상황에서 추가 노력을 통해 경제를 개선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총재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국내 경기가 개선됐고 물가상승률도 현재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했는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한다고 봐도 되는지.

=기준금리 변동은 여러 가지 경제 상황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근원인플레이션율이 1.6%에서 1.8%로 소폭이나마 상승했고,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전월과 비슷한 2.9%이다. CPI가 근원물가로 수렴한다고 볼 때 약간은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경기도 미국과 같은 기준이라고 하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고문에서 통화정책을 이례적으로 언급했고, 시장에서는 선제적 금리인상도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통령께서 통화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기 보다는 현재 상황에서 그 외에 추가 노력을 통해 경제를 개선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어떤 지표를 중심으로 경기를 판단해야 가장 옳은지.

=경기에 다양한 변수들이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특정한 하나의 변수로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 높아 모든 것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양적완화 축소같은 직접적인 영향도 있지만, 우리와 거래하는 다른 경제를 통해서 들어오는 간접적인 영향도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이 어느 정도 안전자산 성격도 가지게 됐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의 엔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다른 나라의 통화를 전망할 수도 없고, 언급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엔저도 경계점이 있을 것이고, 그 경계점이 어디인지 사전적으로 잘 대처하기 위해 예의주시하겠다. 엔-원 마켓이 없어 간접적인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1년 전 아베노믹스 시작할 때 우리 경제에 영향이 클 것으로 봤다. 국가 전반적으로 보면 잘 극복하고 있다. 다만 엔저 지속으로 일본과 직접 거래하는 철강, 가전, 자동차 등 일부 산업은 피해가 크다. 나머지 산업들은 영향을 받지 않아 경상수지 흑자가 대규모 발생한 것이다.

▶최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많이 이탈했다. 미국 연준 양적완화 축소 때문인지.

=미국 양적완화 축소 위험으로 채권시장 투자 유인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뿐 아니라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모두 자금 유출이있는데, 그 폭이 크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

▶경상수지 흑자폭에 대한 조정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는데, 원화절상의 영향은.

=경상수지 흑자는 원자재 및 석유가격 하락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선진국에는 적자인 반면 신흥경제국에는 흑자다. 환율만 가지고 경상수지 흑자폭을 이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대외 상황, 즉 물량과 가격에 따라 일어난 현상이기 때문에 오래 지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년 흑자폭 줄어들 것이다. 내수진작과 함께 수입을 더 유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균형적 발전과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생각은.

=법정화폐로서는 논의 대상이 아니다. 민간화폐로서의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로서는 수용성, 가치변동성, 안전성, 내재적 특성 등을 고려하면 이 역시 쉽지 않다.

▶내년 선진국들의 통화정책이 엇갈리고 있는데 우리 대처방안은.

= 소위 G4(결제통화를 가진 미국, 유럽, 일본, 영국)가 서로 다른 정책을 펼치고 있어 과거처럼 그 효과가 크지 않고, 또 다양하게 나타난다. 우리도 고민이다. 직접효과 외에도 우리 주변국들에 영향을 끼치면서 나타나는 간접효과가 있다. 그래서 한국을 파킹(Parking) 장소로 쓰기도 한다. 현재로선 해답은 없고 복잡한 상황을 설명만 할 수 있다.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겠다.

▶지난 5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정책 효과를 점검해보면.

=6개월에서 1년, 길게는 1년 반 정도까지 간다. 통화정책 선제적으로 하라고 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비트코인 관련 규제나 제도, 보고서 등 한은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비트코인 하루 거래량이 3억원 정도다. 새로운 규제나 정책을 강구하는 것은 유효하지 않다고 본다. 각 부서에서 화폐로서의 특성에 맞춰 비트코인을 살피고 있다. 결제수단으로서의 분석은 시작했다. 유효하다는 판단이 서면 보고서가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