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급락해도 공모시장은 `흥행 호조`

by안재만 기자
2010.05.24 16:16:36

경쟁률 높아지고 공모가는 밴드상단서 결정
삼성생명 계기로 관심 늘어..유동성 효과도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유럽발 재정위기 가능성에 코스피지수가 큰폭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대외 변수에 가장 민감한 공모시장은 되레 활황 장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달 중순 이후 공모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 중 모바일리더와 인피니트, 실리콘웍스가 공모가 밴드의 상단에서 공모가가 결정됐고, 투비소프트는 심지어 밴드를 웃돌았다().

또 모바일리더와 인피니트가 수백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고 대형주인 만도가 100대 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을 달성한데 이어 상장 직후 급등세를 탔다.

증권가에선 최근의 공모시장 활황 이유로 `삼성생명 효과`를 꼽고 있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삼성생명(032830)을 계기로 대규모 자금이 공모시장에 몰렸고,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6일 1757.76을 기록한 이후 연일 하락세다. 남유럽발 위기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외국인이 매도 전환했고, 투자 심리가 악화되면서 24일 한때 1585까지 주저앉았다. 한달도 안돼 10%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하락세는 공모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증시를 습격한 이달 4일과 6일 수요예측을 실시한 만도(060980).

만도는 그러나 공모가 밴드 7만5000원~9만원의 중간인 8만3000원에 공모가가 정해졌고, 뒤이어 11일과 12일 진행된 공모 청약에서 무려 12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20만주 모집에 무려 1억4955만주가 몰린 것. 청약자금은 6조2000억원에 달했다.

상장 후에도 양호한 흐름을 잇고 있다. 공모가 8만3000원보다 높은 9만7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20일 한때 12만1500원까지 치솟았다.

만도의 뒤를 이어 청약 절차를 밟는 기업들도 잇따라 `흥행 성공`이다. 모바일리더와 인피니트가 나란히 밴드 상단인 1만5000원, 5200원에 공모가가 결정됐고, 청약 경쟁률은 747대 1, 696대 1을 기록했다.



투비소프트 역시 공모가 밴드 6500원~7500원보다 높은 8000원에 공모가가 정해졌고 실리콘웍스도 밴드의 가장 윗선에서 공모가를 잡아냈다.

부진한 성과를 낸 것은 KISCO홀딩스(001940)그룹의 환영철강공업이 유일하다. 환영철강은 수요예측 결과 나온 공모가가 예상치에 부합되지 않는다면서 지난 18일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통상 지수 급락은 공모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새내기 기업의 경우 주가 변동폭이 큰탓에 대외 변수에 유난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탓에 하락장은 물론, 조금만 조정장이 펼쳐져도 공모시장이 위축되기 일쑤다. 최근 수년간 공모시장을 봐도 이같은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은 조금 다른 모습이다. 지수 급락에도 불구하고 공모시장의 열기가 누그러지지 않고 있는 것.

증권가에선 이에 대해 `삼성생명 효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상오 한국투자증권 기업금융1부 팀장은 "삼성생명 효과는 두가지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면서 "일단 삼성생명을 계기로 공모시장에 처음 관심을 가진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그동안 공모시장 자체를 몰랐던 투자자들이 공모시장에 몰려오고 있다"며 "삼성생명은 큰 수익을 안겨주지 못했지만 만도가 성공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늘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동성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삼성생명 공모에 20조원이나 몰렸던만큼 이 자금 중 상당수가 공모시장에 재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