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명예훼손 논란` 류석춘, 1심서 벌금형…일부 유죄

by황병서 기자
2024.01.24 11:13:24

`위안부는 매춘 발언` 무죄, `정대협 명예훼손` 유죄
류석춘 “일부 유죄 부분 관련해서 항소할 것”
정의기억연대 “반역사적 판결 유감, 약자 혐오 멈춰야”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대학 강의 도중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발언을 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류석춘(69) 전 연세대 교수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류 전 교수는 명예훼손 혐의 4가지 쟁점 중 3가지 쟁점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하나의 죄로 기소돼 조문에서 따로 무죄로 선고되지는 않았다.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가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24일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4단독(재판장 정금영)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류 전 교수에게 2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날 류 전 교수와 관련한 명예훼손 쟁점으로는 △위안부들이 강제 연행되지 않았다고 발언한 부분 △정대협이 위안부들에게 강제 연행에 관해 허위 진술을 하도록 교육했다고 한 부분 △정대협 핵심 간부가 통합진보당 핵심 간부라고 발언한 부분 △정대협이 북한과 연계돼 이적 행위를 하고 있다는 부분 등 4가지였다. 이 중 류 전교수가 명예훼손죄로 인정받은 부분은 정대협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강제 연행에 관해서 허위 진술을 하도록 교육했다는 부분이다. 1심 법원은 나머지에 대해서 무죄로 판단했다.

정 판사는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의 전신)이 위안부들에게 강제 연행에 관해서 허위 진술을 하도록 교육했다는 발언은 유죄”라면서도 “위안부들이 강제 연행되지 않았다고 발언한 부분, 정대협 핵심 간부가 통합진보당의 핵심간부라고 발언한 부분, 정대협이 북한과 연계돼 이적 행위를 하고 있다는 부분은 (명예훼손 혐의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유죄로 인정된 부분에 대해서 “대학교수인 피고인이 위안부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인 피해자가 마치 강제 연행에 관해서 허위진술을 하도록 위안부들을 교육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발언의 경위나 내용, 이로 인해 침해되는 피해자의 명예훼손 등을 고려할 때 그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해당 발언을 미리 준비한 것은 아니고 강의 후 학생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며 “수업에 참여한 (학생도) 50여 명의 사회학 전공 대학생들로 한정됐다”고 밝혔다.



앞서 류 전 교수는 2019년 9월 연세대 전공과목 발전사회학 강의 중 학생 약 50명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매춘에 종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됐다”며 “정대협이 일본군에 강제 동원된 것처럼 증언하도록 위안부 할머니들을 교육했다”고 발언해 구설수에 올랐다. 또 류 전 교수는 “정대협 임원들이 통합진보당 간부들이며 북한과 연계돼 있어 북한을 추종하고 있다”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정의기억연대 등은 같은 해 9월 류 전 교수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했다. 류 전 교수에 대한 재판은 2020년 12월 첫 공판을 시작으로 3년 넘게 끌어왔다. 그간 류 전 교수 측과 검찰은 학문과 표현의 자유가 명예훼손 혐의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법정 공방을 이어왔다.

검찰 측은 2022년 11월 류 전 교수에게 1년 6월의 구형을 내리면서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받아야 하지만, 그 자유도 인격을 침해할 수 없다”며 “피고인은 위안부 피해자에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했다. 변호인 측은 “수업 토론 과정에서 개인 의견은 표명에 불과하고 어떠한 사실을 적시했다고 볼 수 없다”며 “학문적 연구와 성과에 따라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은 학문의 자유로 보호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위안부 전반적인 문제를 지적했을 뿐, 피해자를 특정했다고 볼 수 없고 타 교수 연구 성과의 기초로 한 견해로 허위성 인식 또한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류 전 교수는 재판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기소된 여러 가지 쟁점 중 다 무죄 판결이 나고 한 가지만 유죄 판결이 나왔는데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의기억연대는 이날 재판이 있은 뒤 입장문을 통해 “반인권적·반역사적 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미래세대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고, 약자에 대한 혐오 확산을 멈추기 위해서라도 일본군위안부 피해 사실 부정과 왜곡, 피해자에 대한 인권침해 및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행위는 강력하게 금지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