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돋보기]에스티팜, LNP 기술도입 실익 따져봤더니

by김지완 기자
2021.04.13 11:11:42

"남아있는 시장 아시아뿐...손해본 거래 절대 아냐"
글로벌 빅파마 mRNA 기술 확보 혈안 추세 감안해야
현금성 자산 고려하면 유동성 위기 우려 없어
코로나백신 위탁생산 수주 가능성도 한층 높아져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에스티팜이 최근 도입한 전달기술(LNP)의 실효성과 경제성을 두고 논란이다. 기술 사용지역은 아시아로 국한돼 있는데 반해 기술사용료는 지나치게 비싸다는 게 이유다.

에스티팜 연구원들이 mRNA 시생산 데이터 확보를 위해 연구를 진행중이다. [사진=에스티팜]


에스티팜은 지난 8일 스위스 제네반트(Genevant)로부터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한 글로벌 LNP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에스티팜은 공시를 통해 “제네반트로부터 기술도입한 LNP 특허 기술은 오직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에스티팜은 LNP 기술을 한국·일본 등 아시아 12개국에서 사용하는 댓가로 계약금 225만달러, 마일스톤 13억1500만달러 등 총 13억3750만달러(1496억원)을 지불하기로 했다. 제네번트 LNP 플랫폼은 모더나와 화이자·바이오엔텍이 코로나19 백신에 상용화에 사용한 기술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됐다는 평가다.

LNP란 지질나노입자(Liquid Nanoparticle)의 약자다. mRNA는 분자량이 크고 전하를 띄고 있어 세포막을 통과하기가 어렵고, 몸속 효소로 인해 쉽게 분해된다. LNP는 안전하게 mRNA 백신물질을 전달해주는 기술이다.

에스티팜(237690)은 LNP 기술 사용범위(코로나19 백신)와 지역(아시아 12개국)이 지나치게 한정적이라는 지적에 문제없단 입장이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이미 미국 유럽 선진시장에서 mRNA 시장을 독점하고 았다”며 “남아있는 시장은 아시아뿐”이라며 계약 의미를 부여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도 “아시아지역이 백신 확보 전쟁에서 밀리며 mRNA 백신 보급이 뒤처져 있다”며 “현 시점에서 아시아가 후발주자에게 가장 시장성 있는 지역”이라며 동의했다. 그는 에스티팜이 LNP 기술을 확보해 자체 백신 개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에스티팜은 LNP 도입 기술 비용이 비싸다는데도 동의하지 않았다. 수주와 무관하게 12개국 품목허가만으로 제네번트사에 3900만달러(437억원)의 개발 마일스톤을 지불해야 된다. 에스티팜의 실적규모에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상업용 마일스톤도 부담스럽다는 의견이다. 순매출액 10억달러(1.1조원) 달성 시 4000만달러(450억원)를 지불해야 된다. 이와 별도로 순매출 8%의 로열티를 내야한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비용 대비 효과를 봐야한다”며 “mRNA 기술은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이 더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1조원 매출 달성에 상업용 마일스톤과 로열티는 1200억원(12%) 수준으로 전혀 부담없다”고 반박했다. 코로나 백신 개발사의 영업이익률은 60% 이상으로 알려졌다.

그는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mRNA 전문기업 타이달 테라퓨틱스(Tidal Therapeutics)를 총액 4억7000만달러(5292억원)에 인수 사실을 언급하며 글로벌 빅파마의 mRNA 기술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에스티팜은 지난 2018년 이래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 및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기간 누적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이 각각 610억원, 41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에스티팜의 지난해말 기준 유동자산은 2356억원에 달한다.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당좌자산(재고자산 제외)도 1902억원에 달한다.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전무하다.

에스티팜은 이번 LNP 기술도입으로 화이자·모더나로부터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수주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그간 시장에선 화이자·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아웃소싱에 소극적인 행보에 에스티팜의 수주 가능성엔 의구심을 가져왔다.

모더나는 스위스 론자에게 맡긴 완제의약품(DP) 아웃소싱도 2억 프랑(2434억원)펀딩을 통해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화이자 역시 자체 백신 생산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고 나머지 물량도 공동개발사 바이오앤텍, 더마팜(독일 제2생산지), 사노피(독일향 5%) 등 아웃소싱에 소극적이었다.

에스티팜은 “화이자·모더나가 코로나백신 CMO 계약을 하면서 LNP 기술을 이전해주지 않으려 한다”면서 “모더나·화이자에게 ‘LNP 기술을 훔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코로나백신 위탁생산 계약의 중대 걸림돌을 제거한 것”고 목소리를 높였다.

힌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 역시 “모더나 백신은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주요국 공급계약이 확대됐지만 아시아 CMO 사업자는 부재한 상태”라면서 “모더나가 현재 증설 중이지만 계약 물량을 고려하면 아웃소싱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에 등록된 코로나19 백신 파이프라인 임상 건수만 총 200건 내외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 계속되긴 어렵다”며 “화이자가 특정 시점엔 CMO 계약을 통해 공급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화이자와 모더나는 지난 2월 올해 코로나19 백신 생산 목표로 각각 20억 도즈(150억달러, 17조원 규모), 7~10억도즈(184억달러, 20조원)를 각각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