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 쉬는 기록의 도시 정선
by심보배 기자
2019.05.07 10:01:03
주민의 힘 기록사랑 마을 1호, 함백역
그때를 아십니까, 정선아리랑학교 추억의 박물관
함께 약속한 미래를 만나는 정선 타임캡슐공원
폐광촌에서 캐낸 맥주 아리랑 브루어리 아리비어
[이데일리 트립 in 정기영 기자] 봄이 오고도 한참이 지났다. 벚꽃이 화려하게 온 세상을 수놓으며 꽃비의 흩날림이 끝날 무렵 지도를 보던 눈길이 아우라지라는 지명에서 멈췄다. 평창 발왕산에서 발원한 송천과 태백 대덕산에서 발원한 골지천이 하나가 되는 곳, 아우라지이다.
아우라지는 ‘어우러진다’라는 순 우리말이다. 정선은 산악 지형에 마을이 만들어진 곳으로 한때는 우리 근현대사 경제 발전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석탄 산업이 이곳 정선에서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흔적과 기록만이 존재한다. 살아 숨 쉬는 기록을 찾아 정선으로 달려가 본다.
1957년 함백선 철도가 개통되며 함백은 국내 석탄 산업의 중심이 되었다. 한 창 시절에는 함백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인원만도 하루에 5백 명이 넘을 정도로 성업을 이루던 곳이었지만 석탄 산업이 사양화가 된 후 건물 노후 등의 이유로 50년의 역사를 눈앞에 남겨 놓고 철거가 되었다.
마을을 오가며 보이던 자신들의 역사와 기록이 사라지자 이곳 주민들은 ‘함백역 복원 추진 위원회’를 구성한 후 전국 각지에서 성금이 모이고 정선군이 국가기록원에서 함백역의 도면을 찾아 옛 모습의 역사를 그대로 살려 내며 지금의 함백역으로 복원되었다.
함백역은 정부기관이 철거한 근대문화유산을 주민들의 힘으로 복원해 낸 첫 사례로 지난 2008년 국가기록원에서 인정한 ‘우리나라 기록사랑 마을 1호’로 지정되었다.
기록사랑마을 1호인 함백역 지구에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 근현대사 관련 자료를 수집, 조사, 연구하는 곳이다. 전체 2개 층으로 되어 있으며 1층은 기획전시실과 함께 그리운 옛 모습을 전시해 놓은 상설 전시실이 있다.
현재 기획전시실에서는 ‘함백 그 따뜻했던 기억’이라는 주제로 백두대간의 자원을 기록하고 수기로 작성한 자원조사표, 사진으로 보는 인력지원 사항 등 석탄 산업의 호시절이던 함백 마을의 60년 역사 기록물들을 전시 중이다.
상설 전시실에는 대한 제국의 몰락에서부터 일제 식민지 통치, 해방과 한국전쟁, 격정의 1970년대를 지나오면서 국민들이 사용하던 그리고 보관해온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주인공인 차태현과 전지현이 3년 후의 만남을 약속하며 타임캡슐을 심었던 소나무를 중심으로 조성된 공원이다. 해발 850m에 조성된 이곳은 고개를 이룬 산의 형세가 새와 같다고 해서 새비재로 불린다.
영화 속 소나무를 중심으로 연인, 가족, 친구 등이 미래의 약속을 타임캡슐에 담아 12개월을 의미하는 12개 방사형 원형 블록 중 희망하는 달(月)에 타임캡슐을 저장할 수 있으며 최장 3년 후에 개봉이 가능하다. 타임캡슐공원이 조성된 새비재는 누구나 손쉽게 차량을 타고 올라와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여름이면 고랭지 배추의 초록 물결이 파도를 이루며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시원함을 자랑한다.
아리비어(ARI BEER)는 ‘폐광촌에서 맥주를 캐다’를 컨셉으로 가지고 있는 정선의 브루어리이다. 광산촌의 무너진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투자하여 설립한 곳으로 이곳에서 만든 신선한 농산물로 만든 잼 공장인 자미원도 같이 운영 중이다.
지난 2016년 창업한 후 양조장 건설, 양조장비 구축, 수제 맥주 개발, HACCP 인증, 양조 공정 표준화 등의 준비기간을 거쳐 아리랑 IPA, 동강에일, 곤드레 필스너, 윤바이젠, 마인스타우트인 총 5종의 수제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곤드레 필스너의 경우 이곳에서 생산되는 곤드레를 넣어 발효를 시킨 것으로 곤드레의 잔향이 남는 것이 특징이다. 누구나 브루어리 공장 견학 체험이 가능하며 50석 규모의 브루펍에서는 이곳에서 만든 수제 맥주를 구매해서 마실 수 있다.
바람을 가르며 자연에 물드는 체험으로 레일바이크만 한 것이 또 있을까. 구절리역을 출발해 송천을 따라 아우라지역까지 가는 정선 레일바이크는 정선의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으며 간간이 나오는 터널은 빛의 세계로 이끈다.
레일바이크를 타면서 보는 풍경은 영화 속 시골 풍경이다. 전체 8km 여의 거리로 40여 분이 소요되며 아우라지역에 도착하면 아리아리호라는 기차를 타고 다시 구절리역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아우라지역과 구절리역은 독특한 조형물로도 유명하다. 레일바이크 출발지인 구절리역은 ‘여치의 꿈’으로 여치 암수 한 쌍이 어우러진 모습을 형상화했고 도착지인 아우라지역은 ‘어름치의 유혹’으로 맑고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천연기념물인 어름치를 형상화 시켰다.
정선은 역시 아우라지를 빼놓을 수 없다. 아우라지로 가는 물줄기인 송천가에 자리 잡은 스테이모래불펜션은 정선의 풍경 그대로를 지닌다. 귀촌 9년 차의 서울내기 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복층 구조이며 목가적인 풍경과 아늑한 인테리어,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정원이 아름답다.
객실과 욕실의 청결함이 돋보이며 이곳이 지닌 자연친화적인 풍경으로 숙박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스몰 웨딩이 가능할 정도로 잘 관리된 정원과 정선이 만들어내는 풍경으로만 봐도 스테이모래불펜션에서의 하루는 동화 속 로맨틱한 풍경 그대로이다.
정선 5일장에서 시골 시장 인심의 푸근함을 맛보았다면 정선농협 한우타운이 자리한 하나로마트에서는 규격에 맞춘 로컬 푸드를 구매할 수 있다. 2층에는 정선 한우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정선농협 한우타운이 있으며, 한우뿐만이 아니라 단품 메뉴도 판매하기 때문에 정선을 찾는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로컬에서 나는 식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모든 음식의 재료가 싱싱하며 한우와 곤드레의 콜라보인 한우 곤드레밥은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이다. 가족, 단체 여행객들을 위해 마련된 룸은 정선군의 산 이름을 따서 민둥산, 함백산 등으로 불리며 정감 있다. 세미나실과 연회실도 있어 정선 지방 세미나 등 큰 모임 장소가 필요할 경우 예약 사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