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지켜라" 총대 멘 사우디…감산 내년까지 연장 기대
by방성훈 기자
2017.05.09 16:13:09
“감산 기간 내년까지 연장 가능”…감산량 확대 도고려
감산 기간, 美셰일 부활·급성장이 가장 큰 변수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떨어지고 있는 국제유가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총대를 메고 나섰다. 오는 2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에서 6월말까지로 돼 있는 감산 합의를 연말까지 6개월간 더 연장하는데 앞장 설 것으로 보여 향후 유가을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석유 장관은 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 에너지 콘퍼런스에 참석, “OPEC은 글로벌 원유 재고가 5년 평균치로 줄어들 때까지 어떤 조치든 취할 것”이라며 “(감산) 참가국가들과 접촉해보니 감산 합의가 하반기는 물론 그 이후까지 연장될 것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면서 “원유시장이 앞으로 더욱 건전한 상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과 이라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일부 OPEC 회원국들과 비(非) OPEC 산유국인 러시아가 감산 연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적이 있지만 OPEC의 사실상 수장격인 사우디가 내년까지 감산 연장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 등은 25일 빈 정례회의에서 감산 연장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국제 에너지 컨설팅업체 FGE사의 페레이던 페샤라키 회장은 “OPEC이 감산 시한을 9개월에서 1년간 연장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6개월 감산만으로 원유시장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회원국들은 원유 감산 시한을 연장하는 것뿐 아니라 감산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날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도 “우리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감산 합의 연장은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수요가 강해지면 더욱 효과적이 될 것이며 시장이 빠르게 안정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박 장관은 지난달 말 감산 연장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자국 원유 생산량이 30년 이래 최고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지난해 11월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 OPEC 산유국들은 전체 산유량을 하루 최대 180만배럴씩 6개월간 줄이기로 합의하고 올해 1월부터 이를 시행했다. 하지만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면서 산유국들의 감산 효과는 크지 않았다. 미국의 산유량은 지난해 중반 이후 10% 가량 증가해 지난 2015년 이후 최대 수준까지 늘어났다.
셰일오일 생산에 힘입은 미국은 러시아와 사우디에 육박하는 산유국이 됐고 기존 산유국의 감산 합의 효과는 사실상 사라졌다. 지난주엔 유가가 한주간 10% 가량 하락했으며 4일에는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시간외 거래에서 한 때 배럴당 43.76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WTI 가격이 43달러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해 11월 OPEC 감산 합의 이후 처음있는 일이었다.
이 때문에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에 대한 무용론이 재차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알파밸류연구소 알렉상드르 앤들라우어 애널리스트는 “OPEC의 감산 합의가 내년까지 연장되지 않으면 유가가 40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면서 “북해산 브렌트유가 55달러까지 오르려면 2년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알 팔리 장관은 처음으로 감산 연장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날 알 팔리 장관의 발언 소식에 NYMEX에서 6월물 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1센트(0.5%) 상승한 46.4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유가 하락을 저지하고 소폭이지만 상승세를 이끌어낸 것. OPEC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등은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수준이 돼야 자국 경제를 지지하는데 적당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목표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