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찰 보관로 눈돌리는 유럽 은행…보관법 골머리

by권소현 기자
2016.08.17 11:55:43

마이너스 금리로 중앙은행에 수수료 내기보다 현찰로 보관
공간도 문제지만 보험료도 비싸…중앙은행 승인도 의문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유럽 은행들이 현금을 보관할 방법을 놓고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로 중앙은행에 예치해봤자 이자는 커녕 수수료를 내야 하는 만큼 현금으로 갖고 있는 것이 이득인데 문제는 현금을 보관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유럽 은행과 보험사들이 최근 현금 보관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중앙은행(ECB)가 지난 3월 금리를 인하한 이후 시중은행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중앙은행에 현금을 예치하면 연 0.4%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ECB가 지난 2014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이후 유럽 은행이 낸 수수료만 26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 은행이 현금을 쌓아놓기보다 민간에 적극 대출할 것이고, 돈이 돌면서 경제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했지만 의도와는 달리 은행에 현금이 쌓이고 있다.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ECB는 추가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과 보험사들은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중앙은행에 보관하고 있는 전자화폐를 현찰로 바꾸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뮌헨리는 최근 수천만유로를 현찰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코메르츠방크 등 다른 독일 은행 역시 이같은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현금을 보관하는데 드는 비용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특히 ECB가 2018년 500유로짜리 화폐 발행을 중단할 계획이어서 200유로짜리 화폐로 보관해야 한다. 200유로를 서류가방에 가득 채우면 240만달러가 들어가고 더블침대 아래에 두면 1억60만달러를 보관할 수 있다. 8미터 높이의 이사용 화물차에는 78억달러가, 평균 크기의 호텔방에는 119억달러가 들어간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유로화 규모는 1조870억유로에 달하고, 중앙은행에 예치해놓은 유로는 9880억유로 수준이다. 합하면 2조유로가 넘는다.

시중은행은 현찰을 보관할만한 금고가 충분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보안도 걱정이다. 은행 강도나 지진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대비해 보험을 들면 중앙은행에 예치하고 내는 수수료보다 비싸다. 한 은행은 보험료가 0.5~1%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자칫 ECB에 내는 0.5%보다 비싸고 스위스 중앙은행이 물리는 수수료 0.75%와 비슷한 수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이처럼 대규모 현금을 찾아갈 때 중앙은행이 승인해줄지도 의문이다.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통화정책이 무력해지니 막을 수밖에 없다. 실제 한 스위스 연금펀드는 스위스 중앙은행(SNB)에 현금 인출을 신청했다가 퇴짜를 맞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