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경은 기자
2014.06.13 14:50:57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팬택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팬택의 경영정상화 방안으로 이동통신사 동참을 전제, 48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영정상화 지원방안에 신규자금 지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13일 “팬택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올해 영업활동 유지와 관련 약 1000억~2600억원 가량의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회계 실사 결과 팬택의 계속기업가치는 3824억원으로 청산가치 1895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회사가 제시한 사업계획의 상당 부분이 달성된다는 것을 전제로 산출한 수치로 채권단의 지원은 일시적 연명에 그칠 것으로 산업은행은 내다봤다.
산업은행 측은 “현재 휴대폰 업계는 기술력이나 품질보다는 브랜드 파워 및 보조금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성숙기 시장”이라며 “재무구조가 근본적으로 취약한 팬택의 독자생존 가능성은 불투명해 추가 신규자금 지원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워크아웃이 해외 매각을 염두에 뒀다는 점에서 추가 신규자금 지원이 어려울 것이란 점은 어느정도 예견된 바다. 산업은행은 채무재조정을 통해 생존기반을 마련하고 해외 매각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팬택의 경영정상화 지원방안(잠정)으로 채권단은 2018년 말까지 원금 상환을 유예하고 이자율도 담보채권은 2%, 무담보채권은 1%로 인하키로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기존 주식 10:1의 무상감자를 거친 뒤 3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하기로 계획 중이다.
무엇보다 유동성 위기는 이동통신사 앞으로 지급될 판매장려금이 대부분인 만큼 이통사들의 참여도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 채권단의 의지다. 지난 12일 이동통신사 관계자들과 첫 회의를 거쳐 18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요구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권재조정안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및 자금부족 문제를 해결한 후 전략적 투자자(SI) 유치를 통한 M&A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팬택의 워크아웃은 이번이 두 번째로 팬택은 지난 2007년 4월 19일 부터 채권단 공동관리절차에 돌입해 2011년 12월 30일자로 종결됐다. 하지만 보조금 규제 강화에 따른 매출감소 등의 여파로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돼 지난 3월 2차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팬택은 1차 워크아웃 추진 당시 채권단(3525억원) 포함 8066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및 2998억원의 신규자금 지원을 받았다. 아울러 부실 책임을 지고 창업주인 박병엽 부회장이 사퇴한데 이어 해외 스마트폰 사업부 철수 및 인력 518명을 감축하는 등 대대적 구조조정을 거쳤다.
추가 자금 지원을 통한 독자생존보다 채무재조정에 방점이 찍힌 것은 휴대폰업계의 영업 환경이 중소형사 독자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난해 초부터 추진해온 해외 매각 작업도 지지부진함에 따라 채권재조정을 통해 인수자 부담을 덜어주려는 수준에서 경영정상화 방안이 수립된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삼성증권과 공동 매각 자문을 맡아 해외 매각을 추진해왔다. 삼성증권과 해외 매각 자문 배타적 양해각서(MOU)를 맺고 있는 로스차일드는 각국 브랜치를 통해 중국, 일본, 인도 시장 등에서 차례로 마케팅을 벌여왔다. 이 중 중국에서는 레노버와 화웨이, 일본에서는 교세라, 인도에서는 마이크로맥스 등이 팬택에 관심을 보였으나 팬택의 자금 상황이나 기술력 수준 등을 고려해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 접촉한 마이크로맥스는 실사조차 거치지 않은 단계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