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채권단 "2755억 이행보증금 돌려주고 싶지만..."

by좌동욱 기자
2011.02.23 14:56:19

"아직 까지는 명분없고 상황도 달라져.."
현대차와 주식매매계약 후 검토될 전망
"건설의 상선지분은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현대건설(000720)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23일 "개인적으로는 현대그룹이 납부한 이행보증금 2755억원(입찰가 5%)을 돌려주고 싶지만 명분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지난해말 현대그룹과 체결한 현대건설 매매 양해각서(MOU)를 해지하면서 현대그룹측이 매각중단에 승복하면 MOU 이행보증금을 돌려주는 한편 현대상선 경영권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중재안도 현대차그룹과 협의하겠다고 제안했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말 이같은 제안을 일축했으나 지난 22일 가처분 신청 재항고를 포기하겠다고 밝혀면서 이행보증금 반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에 승복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보증금 반환 문제나 현대상선 경영권 중재를 논의할 전제 조건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말과 지금 상황은 다르다"고 말한다. 우선 법원이 현대그룹이 제기한 가처분신청 1, 2심을 모두 기각했다. 지난해말 채권단은 법원에서 현대그룹에 패소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했지만 지금 상황은 그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법원 판단 이전에는 이행보증금 반환이 채권단의 패소 가능성을 앲애는 기회비용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주주협의회(채권단) 9개 금융기관 중 우리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정부 소유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채권단은 법적 근거 없이 보증금을 돌려줄 경우 앞으로 감사원 등에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단 내부에서는 보증금 반환으로 현대그룹과 채권단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현대그룹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경우 현대건설 매각과정에서 현대그룹과 틀어진 관계회복이 절실하다.
 
채권단은 현대차그룹과 주식매매계약(본계약)을 체결한 후 보증금 처리 문제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 문제는 채권단이 외환은행, 정책공사, 우리은행 등 주주협의회 운영위 3개기관에 위임한 사안으로 3자간 합의로 결정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개별 채권단 의견보다는 법률 자문사들의 검토 의견이 우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채권단은 현대상선 경영권 중재안에 대해서는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당사자들이 해결할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다. 경영권 중재안은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7.7%를 현대그룹이나 제3자에 매각, 현대그룹측의 현대상선(011200)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이다.
 
앞서 현대그룹은 22일 "주식매매계약 체결 전까지 현대차그룹으로부터 구체적이고 합의가능한 화해제안이 공식적으로 접수되기를 기다린다"고 발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