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괜찮다" vs 한은 "걱정된다"..곡물價 급등 시각차

by송길호 기자
2010.08.18 16:59:03

정부 "애그플레이션(agflation) 가능성 낮다" 우려 불식
한은 "가공식품 ·외식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우려" 경계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놓고 정부와 한국은행간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의 곡물수출 중단조치로 불거진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우려와 관련, 정부는 일단 그 가능성에 크게 무게를 두고 있지 않는 반면, 한은은 곡물가격 상승이 다른 부문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간접적으로 경보음을 울리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18일 오전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현 곡물가격 상승은 2008년과 같은 곡물파동과 같진 않다"며 물가불안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안건으로 올라온 `국제 곡물가격 동향 및 대응방안`과 관련, "최근 국제 곡물가격이 밀을 중심으로 크게 상승하면서 2008년 같은 전세계적인 곡물 가격 급등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수요 불안으로 인해 곡물파동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7일 농림수산식품부도 '애그플레이션 현실화 가능성 낮다"라는 제목의 분석자료를 통해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혀 재정부의 입장과 같은 맥락의 관점을 보였다.

▲ 최근 2개월간 국제 소맥가격(마켓포인트)
반면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김중수 총재 주재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경제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 "곡물가격이 생산차질에 따라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가공식품·외식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물론 한은의 이같은 경고는 한은 자체의 공식적인 발표가 아닌 경제전문가들의 견해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한은 내부에서도 이미 곡물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감은 그동안 지속돼 왔다는 게 한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중식 한은 조사총괄팀장은 "밀가격이 크게 상승하면 제과류, 제빵류 등 각종 가공제품의 제조비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이는 곧 가공식품·외식요금 전반의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물가를 추가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