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기성 기자
2009.08.25 16:03:43
감세기조 유지..담세력↑고소득자 대기업 稅혜택 축소
`부자증세` 평가 `무리`..세부담 순증 규모 크지 않아
`재정건정성` 논란 불가피..내년 세수구멍 최소화 `안간힘`
[이데일리 김기성 박기용기자] 이명박(MB)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인 `감세기조`가 퇴조하는 것인가. 더나아가 `부자감세`에서 `서민감세-부자증세`의 패러다임으로 변화하는 것인가.
`친서민 코드`로 무게중심을 옮긴 MB 정부의 올해 세제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이같은 물음표가 던져지고 있다.
세재개편안이 서민·중산층, 농어민, 중소기업에 대한 3조6000억원 규모의 세제지원을 전면에 내세운 반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부담을 강화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3년간 세수증대 효과 10조5000억원중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부담 비중이 80~90% 수준으로 추정된다.
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를 더해 경제전반의 활력이 높아진다는 `기업 플렌들리 정책`이나 `부자감세`라는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종부세의 대못 등을 뽑아버린 작년 이 맘때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표면적인 숫자만 보고 `감세기조의 퇴조`나 `서민감세-부자증세 전환`으로 판단하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우선 고소득자와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큰 혜택을 누리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추가 세율인하는 당초 예정대로 추진된다. 정부의 `감세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얘기다. 기본적인 틀이 바뀐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일년만에 과도한 감세기조에 손질을 가했다고 볼 수 있다.
소득세와 법인세 세율 추가 인하로 총 5조원의 세금인하 효과가 발생하는 가운데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3조7000억원의 세금혜택을 누릴 전망이다. `조삼모사격`으로 세금을 일년 앞당겨 거두는 금융기관의 채권이자소득에 대한 법인세 원칭수제도 부활 효과 5조2000억원을 제외한 향후 3년간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실질 세부담 증가 규모 4조원대와 비교하면 `부자증세`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서민의 경우도 새로운 지원 보다 비과세 및 감면제도의 연장에 초점이 맞춰있어 `서민감세`라기 보다 `서민지원`에 가깝다.
결국 빠듯해진 국가재정을 감안해 담세력 있는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비과세 및 감면제도 축소를 통해 이들의 세금인하 혜택을 서민·중산층 지원으로 부족해진 세수를 메우는데로 고스란히 돌렸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친서민 정책과 재정건전성 확보를 동시에 고려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이 빨라야 2013년께 재정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재전건전성 논란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안종석 한국조세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정부의 감세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며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조세체계를 합리화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용섭 민주당 민생본부장은 "민생안정, 미래도약을 위한 세제개편안이라는 정부 주장과 달리 5년간 90조원이 넘는 부자감세에 따른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한 중산층 증세 개편안"이라며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 지속 등 부자감세 기조를 유지했다"고 비난했다.
정부의 올해 세제개편안은 네마리 토끼 잡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친서민 지원 확대, 미래성장동력 확충, 고소득·전문직 과표양성화 제고, 재정건전성 확보 등이 그 것들이다.
특히 MB 정부의 `친서민 코드` 정책 변화를 담아내기 위해 서민·중산층·농어민,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월세 소득공제 등 저소득층에 대한 새로운 지원제도가 도입되고 올해말로 종료되는 비과세 및 감면제도중 서민·중산층과 관련한 분야는 1~3년 연장된다.
위기 이후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등 미래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세제지원도 대폭 강화된다.
반면 소득세와 법인세 추가 세율 인하 등 감세기조는 유지하되 친서민 세제지원으로 부족해진 세수 확보 차원에서 감세기조의 혜택을 컸고 담세력이 있는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경우 각종 특례제도가 대폭 축소되는 등 세부담이 확대된다.
의사등 고소득 전문직과 입시학원 골프장의 영수증 발급이 의무화되고 이를 어긴 경우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일명 `세(稅)파라치` 제도가 한시적으로 도입되는 등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과세 투명성 제고 방안도 추진된다.
`낮은 세율·넓은 세원`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경기회복 정책기조와 상충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세제개편안은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하고, 서민 중산층의 어려움을 덜어주면서 위기이후 미래를 도약을 지원하고, 재정건전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뒀다"며 "감세를 통한 소비 지출 및 투자 확대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세기조 유지와 재정건정성 확보 등 서로 상충되는 목표 달성의 묘책을 찾으려다 보니 정책의 일관성이 저하되는 부작용도 엿보인다. MB 정부 특유의 실용 정책이고 이를 통해 중용의 묘를 살릴 수 있다는 평가도 가능하지만 원칙이 모호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