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팔아 데이터센터 짓는다'…AI에 눈돌린 블랙스톤
by박종화 기자
2023.07.31 14:13:35
데이터센터 건설에 80억달러 투자 계획
창고·리조트 등 전통자산 팔아 투자실탄 마련
"AI산업 성장에 데이터센터 시장 年 10% ↑"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세계 최대 사모펀드 회사이자 부동산 투자 ‘큰손’인 블랙스톤이 이제 데이터센터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프라로서 데이터센터의 사업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블랙스톤이 데이터센터 구축에 80억달러(약 10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은 블랙스톤이 앞서 미국 내 5개 주에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부지 확보에만 총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했다고 전했다.
블랙스톤이 이처럼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건 AI 산업 성장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도화된 AI를 학습·운용하기 위해선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맥킨지는 연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내 데이터센터 수요가 2022년 17GW(전력 사용량 기준)에서 2030년 35GW 규모로 연평균 1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랙스톤 부동산투자신탁(BREIT)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가 한 세대에 한 번 올 성장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는 AI 군비 경쟁의 한가운데 있다”고 설명하며 데이터센터가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투자 영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 블랙스톤이 100억달러(약 12조7000억원) 넘는 가격에 데이터센터 특화 신탁상 QTS부동산신탁을 인수한 것도 이 같은 성장성 때문이다. 현재 QTS의 시장 가치는 약 200억달러(약 25조5000억원)으로 인수가보다 두 배 이상 커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는 최근 블랙스톤이 전통적 부동산 자산을 정리하고 있는 것과 대비돼 더욱 눈에 띈다. 지난해 가을부터 BREIT는 100억달러에 이르는 자산을 매각했다. 이달 초 22억달러(약 2조8000억원)에 이르는 개인 창고 시설을 매각한 게 대표적이다. 이전에도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지분 49%와 텍사스 리조트를 매각해 각각 28억달러(약 3조5000억원), 8억달러(약 1조원)에 처분했다.
이처럼 전통적 부동산 자산을 정리한 덕에 블랙스톤은 데이터센터 투자를 위한 실탄을 두둑히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블랙스톤 측은 “BREIT는 100억달러에 이르는 직접 유동성을 확보해 상당한 재정적 유연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FT에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