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시콜라의 女帝 '인드라 누이' 떠난다

by정다슬 기자
2018.08.07 10:40:14

2006년 CEO 취임 후 12년간 펩시코 이끌어
소비트렌드 맞춰 건강음료·시리얼·스낵 등으로 사업 다각화
하루 20시간 일하는 워커홀릭…스티븐 잡스에 조언 구하기도
"은퇴 후 가족들과 보내고파"

△펩시콜리로 유명한 펩시코의 회장 인드라 누이가 12년만에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다.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여성 최고경영자(CEO) 중 한 명인 인드라 누이(62) 펩시코 회장이 오는 10월 3일 CEO직에서 물러난다. 그가 1994년 펩시코에 입사해 2006년 회장 겸 CEO에 취임한 지 12년 만이다.

12년이라는 시간만큼이나 펩시코의 역사에서 그녀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지난 12년 동안 그는 사업 구조를 탄산음료 중심에서 건강음료와 스낵, 시리얼 등으로 다각화시켰다. 2015년 누이 회장은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은 바뀌었다. 북미시장은 둔화됐고 우리는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며 “나는 선택해야만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현재 펩시코는 대표제품인 펩시콜라 외에도 트로피카나, 게토레이, 마운틴듀 등 다양한 음료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스낵분야인 프리토레이(Frito-Lay), 시리얼 분야인 퀘이커 오츠(Quaker Oats) 등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야채·과일칩인 ‘베어 푸드(bare food)’을 인수하기도 했다.

회사의 방향키를 돌리면서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넬스 펠츠 트라이언펀드 매니지먼트 회장과 그녀의 싸움은 월가에서 아직도 회자된다. 펠츠 회장은 실적이 부진한 음료 사업을 분사할 것을 강력하게 종용했다. 그러나 누이 회장은 “펩시코의 스낵과 음료 사업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펠츠 회장의 요구를 거부하고 브랜드 차별화 전략과 고강도 비용 절감 등 사업 구조조정을 독자적으로 펼쳤다. 펠츠 회장의 선전포고가 있었던 2013년 3분기 펩시코는 흑자를 냈고 2014년에는 코카콜라(7%)의 2배에 달하는 주가 상승세(14%)를 기록했다.

결국 펠츠 회장은 2년 전 50%의 수익률 달성하고 주식을 팔 때 “트라이언은 누이 회장과의 건설적인 관계를 평가한다. 그녀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펩시코를 이끌고 있는 것을 축하하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006년 펩시코의 수익에서 38%에 불과했던 건강음료와 스낵의 비중은 현재 50%로 늘었다. 주가 역시 같은 기간 2배가 됐다.



누이 회장이 CEO에서 물러나면 포천 500대 기업 중 여성 CEO는 24명으로 줄어든다. 이는 1년 전 32명에서 8명 감소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는 얼마나 우리 사회에서 여성 지도가 부족한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남성 중심의 강육약식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녀는 치열하게 일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펩시코에서 누이 회장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오래 일하는 것으로 유명했다”며 “하루에도 20시간, 일주일에 7일을 일한 적도 있었다”고 서술했다. 누이 회장은 2014년 ‘아스펜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여성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척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완벽한 CEO, 완벽한 엄마, 완벽한 아내라는 ‘슈퍼우먼’이 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라는 것이다. 누이 회장은 또 자신이 훌륭한 여성 롤모델이냐는 질문에 “아마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녀가 냉혹한 기업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배워야 했던 것은 ‘남성’의 대화법이었다. 2006년 CEO 취임 이후 그는 당시 애플의 공동설립자이자 CEO인 스티븐 잡스와 만났다. 잡스는 그녀에게 가끔 화를 내라고 충고했고 그것은 효과적이었다고 누이 회장은 회상한 바 있다.

그럼에도 누이 회장은 지난 10년간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많이 향상됐다고 강조한다. 그는 “내가 일하기 시작했을 때는 일하는 여성이 거의 없었고 사회가 여성들에게 거는 기대는 부당했다”면서도 “지금은 많이 개선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퇴 후 그녀는 가정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는 “육체적으로 피곤하고 86세인 어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새 CEO로는 펩시의 글로벌 운영책임자로 일해온 라몬 라구아르타(54)가 내정됐다. 그는 22년간 펩시코에서 일한 베테랑으로 2017년 누이 회장의 후계자감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