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지분이동 지주사 방어조치"···의문은 아직(종합)

by김국헌 기자
2009.07.07 16:56:41

금호 고위관계자 "석화매입, 경영권 방어차원"
"금호석화, 단일지주사 될 수 있다"
시장 일각 "석화 지배력 안정적인데?"

[이데일리 신성우 김국헌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부문 박찬구 회장 부자(父子)의 금호산업(002990) 지분정리와 금호석유(011780)화학 지분매입은 일단은 금호석화 경영권 강화를 위한 조치로 정리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최근 한달여간 금호산업 지분을 판 돈으로 금호석화 지분을 사들이면서, 시장에서는 형제간 계열분리설 또는 경영권 분쟁설이 강하게 제기됐다.
 
금호아시아나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7일 "실질적인 단일지주회사가 될 가능성이 있는 금호석화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박찬구 회장 부자가 석화 지분을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금호석화에 대한 대주주 지분율이 40%를 약간 웃도는데다(40.69%), 자사주(22%)까지 합하면 금호측 지분이 66.9%에 달하기 때문에 경영권 강화 차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어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날 "양대 지주회사 중 하나인 금호산업이 대우건설을 매각하면, 지주회사가 자산 50% 이상을 계열사에 투자해야 한다는 지주사 요건에 맞지 않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실질적인 지주회사는 금호석유화학이 되기 때문에, 지주사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박찬구 회장 부자가 금호석화 지분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창업주 4남인 박찬구 그룹 화학부문 회장 부자는 최근 한달여동안 금호산업 지분(4.84%)을 전량처분했다. 대신 지속적으로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사들이면서 지분율을 10.01%에서 17.07%로 확대했다. 
 
금호석유화학에 대해 3남인 박삼구 회장 부자와 각각 동일지분(10.01%)을 유지해 온 균형구도를 깬 것이다.
 
특히 이같은 지분거래가 금호측이 대우건설 재매각을 전격발표 시점과 맞물려 진행되면서, 형제간 갈등에 따른 계열분리설은 급속하게 확산됐다.  
 
또 최근 박삼구 회장의 매집으로 추정되는 금호석화 대량지분 이동이 포착되면서, 금호석화와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그룹 고위 관계자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금호산업과 금호석화를 둘러싼 최근 지분거래는 분쟁이나 갈등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형제간의 협력으로 해석되는 게 맞다.
 
현행 지주회사 요건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자산 대비 계열사 주식가액 비율이 50% 이상 되야 한다. 그룹 양대 지주사 중 하나인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건설 지분 18.6%(장부가액 1조5319억원)를 매각하게 되면, 이 요건에 맞지 않게 된다. 
 
따라서 산업과 석화 양대 지주회사에서 석화 단일지주회사 체제로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석화 경영권을 더욱 강화하는 조치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금호산업에 대해서는 "여전히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축에 있는만큼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을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호측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우선 금호석화는 대우건설 매각 방침을 밝히기 훨씬 이전부터 그룹 계열사들의 최고 정점에 있었다. 양대 지주회사 체제이면서도 금호석화는 금호산업 지분 19.03%를 소유한 최대주주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호석화가 그다지 외부의 경영권에 노출돼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박찬구 회장 부자가 금호석화 지분을 매입하기 전 최대주주 등의 지분만 해도 58.9%에 달했다. 오너 일가 지분이 34.7%, 자사주도 22%나 됐다.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매각 방침을 밝혔더라도 굳이 지금 시점에 와서 그룹 경영권 안정을 위해 금호석화의 지분 확대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찬구 회장 부자는 오너 일가간 `황금분할` 지분구도를 깨고 산업 지분 전량 처분 및 석화 지분 집중매입을 통해 석화 지분을 17.1%(434만주)로 확대하면서 박삼구 회장 일가 지분(10.1%)과의 격차를 7%포인트 차로 벌려놓았다.
 
시장이 여전히 계열분리 가능성과 함께 그룹 전체의 경영권 향배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5남3녀를 둔 고(故)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의 아들들은 순차적으로 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으며 형제경영 전통을 만들어왔다.

장남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이 지난 1996년 차남인 고 박정구 회장에게, 지난 2002년 고 박정구 회장이 폐암으로 세상을 뜬 직후 삼남인 박삼구 회장이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2~4남 부자가 실질적으로 양대 지주회사 역할을 해 온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동등한 비율 균형에 맞춰 보유했던 것도 공동경영이란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동안 ▲고 박정구 회장 장남인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전략팀 부장 ▲박삼구 회장과 박세창 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 부자 ▲박찬구 회장과 박준경 금호타이어 회계팀 부장 부자 등이 금호산업(지난 3월말 기준 4.84%)과 금호석유화학(10.01%) 지분율을 모두 동일하게 맞춰서 그룹을 지배해왔다.

그룹 경영 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선 고 박성용 회장의 장남 박재영 씨는 금호산업(2.41%)과 금호석유화학(4.65%) 지분을 이보다 낮은 비율로 보유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