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아파트''의 꿈은 이루어질까

by오마이뉴스 기자
2006.11.10 20:46:18

[공청회] ''대지임대부 주택분양 법안'' 앞길 ''첩첩산중''

[오마이뉴스 제공] "재개발하면 정작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달동네 서민들도 살던 지역에 지상권 받아 입주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대지임대부 건물분양제도만 도입되면 20%도 안 되는 원주민 재정착률을 80%까지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공청회가 열린 9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 2시간에 걸친 토론이 끝난 뒤 방청석에서 윤아무개(동대문구 장안1동)씨가 재개발지역 원주민 문제를 제기하자 홍준표 의원은 이렇게 공언했다.

토지는 공공기관이 소유,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게 되면 현재 2~3억 수준인 20평형대 아파트 분양가를 절반 수준인 1억원대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땅값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을 원천 차단할 수 있어 투기적 가수요를 막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제 국회 법안 제출로 가시화된, 서민을 위한 '반값 아파트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주최한 이날 공청회엔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과 김양수 한나라당 의원이 토론자로 직접 참석했는가 하면 조경태 열린우리당 의원,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 등이 격려 방문해 진보, 보수와 여야를 초월한 공감대를 과시했다.

같은 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열린우리당 부동산정책 긴급간담회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박헌주 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장이 발제한 '토지유보부 주택정책'은 구체적 실행 방식만 다를 뿐 '토지임대-건물분양'으로 분양가를 낮추고 토지 불로소득을 차단한다는 근본 취지는 홍 의원의 '대지임대부 주택분양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법안의 앞길은 순탄치 않다. 야당 의원이 주도하는 법안에 여당이 소극적인 상황에서 정부나 공공기관의 논의 참여가 쉽지 않은 데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공청회도 정부 주택정책 담당자나 주택공사, 토지공사 관계자가 빠져 '반쪽 공청회'에 그치고 말았다. 공청회를 준비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실 나경범 보좌관은 "정부와 주공, 토공에도 공청회 참석을 요청했지만 모두 꺼렸다"고 밝혔다.

홍준표 의원 역시 "민노당에서도 대부분 동감하고 있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도 상당수 발의에 참여할 예정"이라면서도 "법안 통과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며 공청회 참석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토지와 건물 소유 분리해 투기 차단"




이날 홍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 조치법'은 행정도시나 기업도시, 신도시 건설과 도심 재개발 재건축시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이 우선 건설되도록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이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통합하는 내용의 '대한토지주택공사법'도 함께 발의했다.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은 민간 분양아파트와 저소득층용 임대아파트를 절충한 제3의 방식. 토지는 공공이 소유, 임대하고 건물만 무주택자와 서민 위주로 분양하여 10년이 지나면 건물을 사고팔거나 임대할 수 있다. 대지 임대기간은 40년이지만 계속 갱신할 수 있게 했다.

지난 2월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홍 의원 제안으로 논란이 시작됐지만 이미 토지정의시민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주장해온 '토지공개념'과 '지대세' 개념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해 8월 대한주택공사 산하 주택도시연구원에서도 이와 유사한 '토지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용어는 조금씩 다른지만 토지와 건물의 소유개념을 분리해 건물은 개인이 소유하되 토지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소유하면서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받고 임차해 주는 개념이다. 따라서 분양가를 절반 이상 낮출 뿐 아니라 토지 가치 상승 때문에 발생하는 불로소득이 공공에 환원됨으로써 투기 수요를 원천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중국 등 일부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도입된 방식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이날 토론자로 나선 반영운(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네덜란드, 미국, 싱가포르,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이미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2의 임대주택' 전락 우려... 용적률에 이견


이날 토론자들은 법안 취지와 필요성은 모두 공감했지만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적지않았다. 심상정 의원은 "우리나라 국공유지 비중은 전 국토의 25.2% 정도로, 40%대인 외국보다 크게 낮은 데다 주거가 가능한 도시용지비율은 0.1%밖에 안된다"며 국공유지를 늘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파트값 내기리 모임(아내모)' 운영자 대표인 신만섭씨 역시 "싱가포르는 85%가 국가소유인 반면, 우리나라는 개인소유토지가 대부분이어서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이 일부 국가토지에만 한정될 경우 제2의 임대주택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논란은 용적률 문제. 법안에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연면적)을 400% 이상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심 의원은 200%대인 현재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 주거 환경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홍준표 의원은 서민을 위한 저가분양을 위해서는 높은 용적률이 불가피하다면서, 도시 미관과 바람길 등 환경적 요소를 고려해 설계한다면 용적률이 높은 건 문제 없다고 밝혔다.

불로소득 차단 효과 역시 논란이 됐다. 김양수 의원은 "40년간 지상권을 보장하고 연장도 가능한 만큼 토지 불로소득이 지상권으로 옮겨올 수 있다면서 청약 자격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영운 교수는 "건물 분양 후 지대 상승분까지 완전 환수해 실질적으로 양도 프리미엄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거품 논란 속에 서민 주거 안정과 투기적 수요 차단의 대안으로 떠오른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오랜 논란 끝에 법안 발의 단계에 들어섰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만큼은 여야를 떠나 모든 정치권이 머리를 맞댈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