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4명 중 1명 타투, 法 응답할 차례"

by이소현 기자
2021.09.17 14:20:23

'타투 불법 시술' 17일 서울북부지법 결심공판
의료법 위반 혐의 김도윤씨 벌금 500만원 구형
"30년 전 판례에 갇혀…타투문화 지체 현상"
"타투시술 처벌받지 않게해달라" 무죄 주장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연예인에게 불법 타투(문신) 시술을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타투이스트 김도윤(41) 타투유니온 지회장에게 검찰이 벌금 500만원 구형했다.

17일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김영호 판사 심리로 열린 김씨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에 대해 종전 구형과 같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8일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김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이에 불복해 지난 3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연예인에게 타투시술을 해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왼쪽 둘째)이 지난 10일 서울북부지법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또 김씨는 지난 5월 의료인이 아닌 사람의 문신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한 의료법의 헌법 위반 여부를 다투는 위헌심판 제청도 했다.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1항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동법 제87조의2 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김씨 측은 재판 내내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를 맡은 곽예람 법무법인 오월 변호사는 “의료법 27조 1항의 ‘의료행위’는 의사가 하지 않으면 통상 위험할 수 있는 행위, 즉 의사가 해야만 하는 것이 적절한 의료 관련 구성이 인정되는 행위로 국한되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이 사건을 의료법 위반으로 본다면 의료법 27조 1항에 대한 죄형법주의의 명확성 원칙과 시술자의 직업, 예술 표현의 자유와 피시술자의 문신할 자유를 침해함으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 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뒷모습)이 지난 6월 16일 국회에서 타투인들과 함께 타투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류 의원은 유명 타투이스트 밤이 그린 타투스티커를 등에 붙인 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류호정 의원실)
그동안 사법부는 타투 작업을 의료행위로 보고 의사만 할 수 있도록 판단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관련 혐의에 대해 처벌했다. 1992년 대법원은 “의료행위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행위뿐만 아니라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라며 타투 작업자가 진피를 건드릴 위험성이 있고, 문신용 침의 사용 방법에 따라 질병을 전염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비의료인의 문신 행위에 대해 불법 판결을 내렸다.

김씨는 이날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타투가 의료행위라는 판례는 타투행위에 대한 학술적 분류를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당시 국민의 정서가 혐오스러운 문화인 타투행위를 사회와 격리시키기 원했기 때문에 내려진 판결이었다”며 “당시로써는 잘못된 판결이라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와 같은 판례나 법률을 가졌던 다른 나라들이 현실에 맞게 그 판례를 변경하는 동안 우리는 이 자리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진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에 일본의 타투 합법 판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타투 불법 국가’가 됐다.

특히 1992년 대법원 판례 탓에 타투와 관련해 극단적 문화지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의료단체와 병·의원들은 업장 안에서 비의료인인 타투이스트를 고용해 의료행위를 시키는 이중, 삼중의 의료범죄를 저지르면서도 포털에 공공연히 광고하는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타투가 의료행위라 여기고 ‘불법 의료행위’란 명목으로 투철한 신고 정신을 발휘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타투를 받은 손님이 작업 후 태도가 돌변해 신고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거나 성폭력을 행사하는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1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타투이스트 인권침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에서 김도윤 타투유니온지회장(오른쪽)이 진정 및 긴급구제신청서를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마지막으로 그는 “대중과 문화가 타투를 받아들일 수 있기에 국민 4명 중 1명이 타투를 갖고 있다”며 “1992년 법원의 판단이 국민의 시대적 정서를 고려해 타투 문화에 벽을 세웠다면, 2021년 법원 또한 국민의 시대적 정서를 이해하여 소비자가 더 안전하게 문화를 소비하고, 노동자가 정당하게 직업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세워진 벽에 작지만 존엄한 문을 내어 주시기를 간절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김씨에 대한 선고기일은 오는 11월 10일 오후 2시로 잡혔다.

한편, 김씨는 타투 시술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판단도 기다리고 있다. 타투유니온 측은 지난해 말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며, 대한문신사중앙회도 2017년, 2019년, 2020년에 총 3건의 헌법소원을 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대법원 판결에 기초해 1998년부터 수차례 제기된 문신 시술행위 처벌에 대한 위헌심판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김씨는 타투이스트들이 직업에 대한 자유와 예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는 취지로 지난 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