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호흡은 중증호흡부전 근육장애인 자매에겐 꿈

by이순용 기자
2019.04.23 10:59:08

강남세브란스 호흡재활센터, 비침습적 호흡재활치료로
증증 호흡부전 환자 1,000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으로 앞이 캄캄해졌다. 아무리 힘을 줘 가슴을 부풀려 보아도 굳어버린 몸은 움직임을 거부했다. 뻐근한 가슴, 흐릿해져 가는 의식 사이로 위급하다고 외치는 소리들과 알아듣기 어려운 용어들, 그리고 울먹이는 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 .’

방은주(43), 방은정(41) 자매는 언제나 함께였다. 아주 어릴 때부터 희귀 근육병을 앓아왔던 자매는 둘이자 하나였고 서로에게 전부였다. 언니 은주 씨의 상태가 위독해져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실려 오던 날, 은정 씨는 다른 이의 도움이 없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의 몸이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의식이 흐릿해져 가는 언니의 손도 잡아주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억울한 눈물이 터졌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는 중증 호흡부전 환자에게 기관절개 없이 호흡보조를 할 수 있는 비침습적 인공호흡기 치료를 1,000번째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23일 밝혔다.

주인공은 앞서 소개한 방은주, 방은정 씨 자매다. 자매는 지난 9일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근육병으로 인한 호흡부전으로 인해 호흡마비가 발생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호흡재활을 통해 삽관이나 기관절개를 하지 않고도 위중한 시기를 잘 넘겼다. 이제는 필요할 때만 가정용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면서 호흡마비 걱정 없이 예전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회복했고 18일 퇴원했다.

호흡재활을 담당하고 있는 최원아 교수(재활의학과)는 “비침습적 인공호흡기 적용 1,000례의 기록은 알려진 문헌상으로는 단일 기관 세계 최초”라고 밝혔다. 또 최 교수는 “지난 2000년에 국내 최초로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호흡재활 치료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중증호흡부전 환자의 조기 발견 및 치료 시스템이 체계화됐다. 이를 통해 기관절개 시술을 최소화함으로써 많은 환자가 호흡곤란의 고통과 절망적인 삶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호흡재활 치료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고난도 폐이식 등의 치료와 마찬가지로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호흡재활 1,000례의 치료를 통해 근육 질환 480례, 루게릭 병 281례, 척수성 근위축증 46례, 척수손상 94례, 기타질환 99례의 환자가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었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호흡보조가 필요한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기관절개를 시행한 상태에서 인공호흡기를 연결하는 침습적 방법이다. 말하기, 먹기 등에 장애를 받게 되고, 호흡기계 감염의 원인이 되는 등 부작용 및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비침습적 인공호흡기는 기관절개나 기도삽관을 하지 않고 호흡을 보조하는 방법이다. 이동용 소형 인공호흡기를 사용해 인공호흡기를 이용하면서도 일상 활동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다. 침습적 인공호흡기의 부작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고 호흡기계 합병증으로 인한 입원 횟수와 기간도 줄일 수 있다. 또한 기도절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환자가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의 심리적 부담 및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최원아 교수는 “호흡 부전의 여러 증상으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기관절개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인공호흡기 사용을 거부하던 환자들이 인공호흡기를 쉽게 받아들이게 되면서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수명 또한 상당 기간 연장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비침습적 인공호흡기 적용이 보편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다양한 호흡 재활 도구가 개발됐고 정부의 재정 보조도 이뤄지면서 비침습적 인공호흡기를 사용이 용이해진 만큼 적극적으로 활용해 호흡부전 환자가 더 나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