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무역전쟁 피해 농가에 60억달러 우선 지원
by방성훈 기자
2018.08.28 10:40:29
中 보복관세 맞은 대두 등 7개 품목에 47억달러 현금지원
부당하게 타깃 된 특정 품목은 美정부가 12억달러 매입
대체시장 위한 해외수출 지원에 2억달러 투입
| 소니 퍼듀 미국 농무부 장관. (사진=AFP 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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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멕시코, 유럽연합(EU) 등과의 무역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게 우선 60억달러(약 6조6840억원)를 풀기로 했다. 피해 농가를 위해 지난달 약속했던 지원금 120억달러 중 절반 가량을 우선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 CNBC 등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는 이날 무역전쟁으로 손실을 입은 농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60억달러를 쓰기로 했다며 세부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보복관세로 타격을 입은 7개 품목에 47억달러를 현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또 부당하게 타깃이 된 특정 농산물에 대해서는 정부가 12억달러어치를 사들이기로 했다. 이외에도 중국 등 분쟁 상대국을 대체할 수 있는 해외시장 개척을 돕기 위해 2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미국 농무부는 다음달 4일부터 본격적인 지원을 시작해 중순까지는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소니 퍼듀 미국 농무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에 대응해 일부 국가들이 내놓은 ‘부당한 관세’로부터 농민들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농민들이 입는 충격을 완화시켜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복관세가 없더라도 미국 농민들이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정부는 농업을 비롯한 미국 경제 전반에 이익이 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7개 부문에 투입되는 47억달러의 경우 지원 대상이 2014~2016년 평균 총소득 90만달러 미만의 농민들로 한정됐다. 농민 한 사람당 또는 기업 한 곳당 12만5000달러(약 1억4000만원)를 현금으로 받게 된다.
품목별로는 약 4분의 3인 36억달러가 대두(콩) 재배 농가에 지급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대두 가격은 지난 5월말 이후 18% 급락, 최근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대 대두 수입국인 중국이 보복관세를 물리면서 수요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나머지 지원금은 중국과 멕시코가 보복관세를 부과한 돼지고기(2억9000만달러)를 비롯해 면화(2억7700만달러), 수수(1억5600만달러), 유제품(1억2700만달러), 밀(1억1900만달러), 옥수수(9600만달러) 등의 순으로 할당됐다.
미국 농무부는 또 12억달러 규모의 특정 농산물을 구입해 공립학교 점심식사 및 기타 영양프로그램 등에 사용하기로 했으며, 다음달 4일부터 고(高)부가가치 작물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수출 프로그램을 위해 2억달러를 투입할 방침이다.
하지만 농업 관련 단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책이 무역분쟁에 따른 손실을 메꾸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농무부가 옥수수 농가에 지원하기로 한 금액은 9600만달러에 불과하지만, 미국옥수수재배자협회(NCGA)는 보복관세에 따른 피해 금액이 올해 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협회 회장인 케빈 스쿤스는 “농무부 계획은 실질적으로는 농민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국낙농생산자연합회(NMPF) 역시 유제품에 할당된 1억2700만달러가 농민들이 입게 될 피해금액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정부 지원에서 제외된 부문의 피해 농민들이 지속적으로 정부에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도 정부 지원책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로이 블런트 공화당 상원의원은 “농무부의 제안으로는 어떤 농민들도 무역전쟁으로 입은 손실을 만회시켜주지 못할 것”이라며 “농민들은 정부가 더 많은 시장개방 노력을 하길 고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