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와 이혼하고 자녀 회사에 보관..세금탈루 백태

by피용익 기자
2017.12.11 12:20:39

국세청, 올해 10월까지 1조5752억 징수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부가가치세 등 70억원대 세금을 체납한 A씨는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는 얘기를 듣고 아파트 전세금 8억4000만원에 대한 채권을 배우자에게 넘겼다.

억대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B씨는 부동산을 팔아 받은 돈 중 18억원으로 배우자의 빚을 갚고 12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배우자 명의로 산 뒤 바로 협의이혼했다.

종합소득세 등 80억원대 세금을 내지 않은 C씨는 고가의 미술품을 자녀가 대표자로 있는 미술품 중개법인 등에 보관하는 방법 등으로 재산을 은닉했다.

국세청이 11일 공개한 고액체납자 재산 추적조사 사례를 보면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을 이용해 세금을 탈루하는 수법이 많이 사용됐다.

특히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법적으로만 이혼한 뒤 사실상 혼인 관계를 유지하다 적발되는 경우가 많았다.

국세청은 A씨의 행위가 세금 납부를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채권을 다시 원상 복귀하라는 취지의 ‘사해 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해 세금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B씨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해 B씨의 행위가 통상적인 재산 분할보다 과도한만큼 재산 추징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승소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한 B씨는 체납된 국세 3억8000만원을 스스로 납부했다.



C씨의 경우 국세청은 미술품 중개법인 등에서 수색해 감정가 2억원 상당의 미술품 60점을 압류하는 성과를 냈다.

고액체납자가 거주하는 집에서 발견한 5만원권 뭉치 (사진=국세청)
상습 체납자에 대한 재산 추적은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30억원대 양도소득세 등을 탈루한 D씨는 법적으로 이혼한 상태였지만 주변 탐문을 통해 이혼 이후에도 부부가 같은 집에서 사는 정황이 쉽게 확인됐다. 이혼 후 많은 재산을 배우자에게 넘겨 세금을 낼 돈이 없다는 D씨의 말은 거짓일 가능성이 컸다.

국세청 직원들은 경찰 입회하에 D씨의 집에 대한 주거지 수색을 전격 단행했다. 집에서 D씨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문제는 숨겨진 돈을 찾는 일이었다.

수색을 통해 금고 2개를 찾아냈지만 D씨는 끝까지 금고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국세징수법에 따라 강제로 문을 열 수도 있었지만 직원들은 D씨가 스스로 금고를 열 수 있도록 설득을 했다. 새벽에서야 열린 금고에서는 4억3000만원 상당의 5만원권 현금 뭉치와 4억5000만원 상당의 골드바 3개가 나왔다.

세금을 낼 돈이 없다던 D씨는 결국 수색이 끝난 뒤 4억원의 세금을 자진 납부했다. 국세청은 이외에도 D씨로부터 18억 원의 채권을 확보하고 친인척 명의 계좌에 은닉한 수십억 원에 대해서도 증여세 부과를 통보했다.

국세청은 이런 방법으로 올해 10월까지 1조5752억 원의 세금을 징수하거나 조세 채권을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거둔 1조4985억 원보다 767억 원(5.1%) 더 많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