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심사 시작부터 파행…국정화 예비비 공방

by김정남 기자
2015.10.28 11:46:37

최경환, 野 예비비 자료제출 요구에 "내년 5월31일까지 제출"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 첫날부터 국정교과서 예비비 문제로 파행됐다. 야당의 예비비 자료제출 요구에 정부·여당이 거부하면서 날선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예비비 관련 자료는 헌법과 국가재정법에 따라 내년 5월31일까지 국회에 제출하도록 돼있다”면서 “그동안 예비비와 관련해 국회와 자료를 협조했던 관행을 감안해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의 발언은 이번 내년도 예산안 심사 중에는 예비비 자료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는 헌법 제55조 2항에 명시된 ‘예비비의 지출은 차기 국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과 국가재정법 제52조 4항에 명시된 ‘정부는 예비비로 사용한 금액의 총괄명세서를 다음 연도 5월31일까지 국회에 제출하여 그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을 그 근거로 들었다.

예결특위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무엇인가 의도를 갖고 의사일정을 방해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예비비 자료를 심의하지는 않겠다. 보여만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예결특위 소속 최원식 새정치연합 의원도 “최 부총리가 법 해석을 잘못하고 있다”면서 “국회는 견제와 균형으로 자료제출을 요구할 권한이 있다.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건 국회법 전반을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예비비 운영의 탄력성을 정부에 주고 다음해 국회에 제출해 승인 받도록 하라는 게 헌법 정신”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예산안 심사와 예비비 자료제출은 연계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노근 의원은 “오늘 회의는 예비비 자료제출의 독점 무대가 아니다”면서 “그건 여야 간사에게 맡기자. 왜 시간을 질질 끄느냐”라고 주장했다.

결국 예결위원장인 김재경 의원은 “지금 예비비 자료제출 문제는 견해가 워낙 다양하고 접점이 찾아지지 않기 때문에 여야 간사가 협의해달라”면서 정회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