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현아 기자
2014.02.06 13:58:53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2월 임시국회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국감 내내 비싼 스마트폰 출고가가 문제된 만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상파방송 지배구조’에 대한 입장 차가 다른 이슈들을 짚어 삼켜 불투명한 측면도 있다.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에게 왜 ‘단말기유통법’이 필요한가 다시 묻고 싶어졌다. 법이 통과돼 보조금을 얼마 줄지 미리 공시하면 5만 원으로 갤럭시S4를 사는 사람과 90만 원 제값 주는 사람 간 차별이 사라진다. 하지만 경쟁이 제한돼 1등에만 유리하진 않을까? 보조금 제한으로 소비자가 내는 부담이 더 커지지 않을까?
윤 차관은 다소 의외의 답을 내놨다. 그는 “단말기유통구조 개선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삼성전자(005930)와 KT(030200), SK텔레콤(017670)이 ‘그레이트 컴퍼니’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차관은 지난해 ‘한중 인터넷 원탁회의’ 참가 차 한국을 찾은 마윈 알리바바 그룹 대표와 저녁을 하면서 세계 3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시킨 점을 칭찬했다고 한다. 마윈 대표는 중국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기업인 중 한 명이다. 그러나 돌아온 말은 “우리는 ‘굿컴퍼니’가 아니라 ‘그레이트 컴퍼니’가 되는 게 목표”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중국에서 평범한 교육을 받았고 항저우 사범학교 교사였던 마윈이 외국 유명대학에서 공부한 어떤 최고경영자( CEO)보다 멋졌다고 했다.
윤 차관은 “짐콜린스가 ‘Good to Great’라는 책을 낸 건 10년이 넘었고, 우리의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 등이 ‘굿컴퍼니’가 된 것은 대단한 일이나 더 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구는 5000만 명인데, 단말기는 5500만 대가 공급되는 나라, 서비스 혁신보다 돈으로 서로 가입자를 뺏고 뺏는데 6조 원을 쏟아 붓는 나라가 정상인가”라면서 “실·국장들에게 우리가 올해 전할 메시지는 ‘그레이트 컴퍼니’라고 했다”고 전했다.
제조사들은 보조금을 이용해 내수 점유율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기술혁신으로 단말기 출고가를 내려야 하고, 이동통신사들은 저렴한 요금과 좋은 서비스로 정정당당하게 가입자를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1등 업체들은 ‘그레이트컴퍼니’로 가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연합해 특정 모델에 보조금을 집중투하하면 요금이 30% 이상 저렴한 알뜰폰이나 제4이동통신(허가 시), 그리고 대기업 유통망이 아닌 중소 판매점은 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