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과 역사, '각'에 모두 담는다"

by이유미 기자
2013.07.15 15:48:45

[위기의 네이버③-2, 끝]NHN, 국내 최초 자체 인터넷데이터센터 설립
아무리 좋은 서비스도 저장서버 다운되면 '먹통'

[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지난 2004년 12월 네이버 메인홈페이지 작동이 멈췄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035420)의 직원이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네이버 서버가 있는 목동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하지만 당시 네이버 서버 운영은 외주업체가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섯 번의 접속 불량이 발생한 7시간 동안 NHN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가 있어도 서버가 죽는 순간 네이버도 ‘먹통’이 되고 만다. 이때 NHN은 자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설립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절감한다.

IDC는 이용자들이 인터넷에서 주고 받는 모든 정보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서버센터다. 이용자가 PC나 모바일을 통해 사진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면 사진 데이터는 디지털신호로 쪼개져 데이터센터에 저장된다. 이용자가 인터넷에 올렸던 사진을 PC나 모바일 화면으로 다시 찾을 때 사진 데이터를 이용자가 있는 곳까지 전달해준다. IDC가 제대로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이용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없다.

이같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NHN은 지난 6월부터 강원도 춘천에서 IDC ‘각’의 가동을 시작했다. IDC는 네이버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데 가장 큰 목적이 있는데, 네이버 이용자들이 블로그에 올린 사진이나 지인들과 주고받은 메일, N드라이브에 저장한 음악 등이 모두 각에 쌓이게 된다.

네이버 분석 결과 네이버 이용자들은 초당 4000회 이상의 검색어를 입력하고 초당 2300통 가량의 메일을 주고 받는다. 클라우드서비스인 N드라이브에는 매일 2000만개 이상의 사진이 기록되고 하루에 N드라이브에 올라오는 데이터양은 400테라바이트(Tera Byte) 이상이다. 하지만 앞으로 서버에 저장될 데이터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원기 NHN IT서비스사업본부장은 “네이버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든 이용자, 대부분의 국민 이야기가 헛되이 지나가지 않고, 잊혀지지 않도록 하려는 마음가짐이 있다”며 “대한민국의 기록과 역사, 삶의 향기들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세계인들을 위한 기록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데이터센터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NHN 인터넷데이터센터 ‘각’. NHN 제공
장경각은 13세기에 제작된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해인사의 건물이다. 팔만대장경을 오랫동안 훼손없이 보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환기와 온도, 습기 제거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장경각은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구조로 만들어져 특별한 기계장치가 없어도 습도 조절이 저절로 된다.

장경각의 정신을 이어받은 각도 방대한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곳곳에 과학적 기술 요소를 적용해 건축됐다.

24시간 365일 서버가 멈추지 않도록 하기 위해 35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서버가 버틸 수 있도록 했으며, 1초의 정전에도 데이터 손실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전을 대비한 ‘다이나믹 UPS(Uninterruptible Power Supply)’라는 특별 시설도 마련했다. 정전이 발생하면 다이나믹 UPS가 자체 전력을 서버실로 전송하고 그 사이에 각에 있는 발전기가 가동하기 때문에 서버들은 전력단절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외에도 친환경 고효율 기술을 적용해 친환경 인증제도인 ‘LEED’의 최상위 등급인 ‘플래티넘(Platinum)’을 획득했다. 또한 자체 IDC를 운영함으로써 임대해 사용할 때보다 비용 73%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본부장은 “당대 갖고 있는 최고 기술력과 친한경적인 요소를 각에 쏟아부었다”며 “천재지변, 기후 등 외부 환경에 의한 영향은 물론 각종 온라인 상의 공격과 인재 등에도 데이터센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고 강조했다.

NHN의 직원들이 데이터센터 ‘각’의 다이나믹 UPC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NH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