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공무원은 순박..역동적인 ICT 담지 못해"
by김현아 기자
2013.01.03 15:06:44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미래창조과학부'' 반대 입장 밝혀
과학기술과 ICT 합치면 원천 기술도 소외..젊은층 좋은 일자리는 ICT로 가능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미래창조과학부가 생기면 순수 기초과학은 소외당할 것입니다. 과기부 공무원들은 순박해서 애플과 삼성간 특허소송과 같은 역동적인 ICT 업무를 처리하는데 적합하지 않습니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은 3일 최근 박근혜 당선인측 일각에서 주장하는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며 이같이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전략기획, 기초과학, ICT(정보통신미디어), 창의인력, 벤처 등을 육성하는 부처로 옛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와 기획재정부 등의 업무가 포함돼 메가톤급 부처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김 원장은 미래창조과학부로 합치는 게 아니라 ICT는 떼어 내 ‘정보매체혁신부’ 같은 별도의 전담부처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과학기술 기반의 산업구조변경이 필요하겠지만, 당장 과학기술과 ICT를 합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중간단계에서 봤을 때 창조경제를 이끌 혁신은 ICT에서 나오고 따라서 전담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미래창조과학부로 과학기술과 ICT가 합쳐지면 시너지보다는 ICT에 몰입돼 순수원천기술개발은 소외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ICT 입장에서도 미래창조과학부가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과기부 공무원들은 점잖은 학자풍의 문화를 갖고 있는데, 삼성·애플간 소송 등 현장성이 강조되는 정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ICT에는 프라이버시와 디지털저작권, 보안, 디지털 격차 등의 사회문화적 규범 정립이라는 이슈가 있는데, 순박하고 단순한 이공계 분들이 이런 정책을 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원장의 발언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그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로 재임 중인 정부조직개편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노무현,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정부조직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일조한 바 있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집만 보면 ‘미래창조과학부’가 대세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박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창조경제를 견인할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ICT 전담부처 이슈는 ‘정보와 미디어 전담조직 신설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애매한 내용으로 담기는데 그쳤다.
이에 김 원장은 “당선인 주변에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지향하는 재정경제학자들이 많아 ICT 전담부처를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최근 국가미래연구원 김광두 원장이 정보산업부와 통상산업부 등을 담은 안을 제출하는 등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에 불만을 품은 2030세대를 배려하기 위해서도 정보매체혁신부 같은 전담부처가 필요하다”며 “젊은층에 좋은 일자리를 줄 수 있고 스마트한 라이프 사이클을 이해할 수 있는 부처가 필요하며, 제조업 중심의 지경부나 한가한 문화부 스타일로는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