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戰)`현대가의 결투`..어떤 무기로 승부거나

by이승형 기자
2010.09.27 16:07:45

현대차그룹, 충분한 자금력와 시너지가 강점
현대그룹, 강력한 인수의지와 명분 내세워

[이데일리 정재웅 김국헌기자] 27일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참여를 공식 선언함에 따라 앞서 참여를 결정한 현대그룹과의 치열한 한판 승부는 불가피하게 됐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두 그룹이 준비해온 '무기'가 무엇인지에 관심을 집중하며 인수에 따른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느라 분주하다. 인수전에 임하는 이들 그룹의 강점과 약점을 짚어봤다.



현대차(005380)그룹의 자신감은 출사표에 여실히 드러난다. 자금, 인수후 시너지는 물론, 마감을 4일이나 남겨두고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만 봐도 이번 딜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 공식발표문에서 "인수자금과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그룹 내 자금력으로 현대건설 인수에 독자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략적 투자자 또는 재무적 투자자의 참여시 과도한 경영권 및 수익률 요구의 부담이 있으므로 현대건설의 인수에 그룹 내부 자금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략적 투자자(SI)나 재무적 투자자(FI)가 참여할 경우, 현대차그룹이 의도한 대로 딜이 진행되지 않을 것을 우려한 것이다. 그만큼 자금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현재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지난 3월 기준으로 4조원에 달한다. 현대건설 인수자금이 3조원~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현대차그룹의 독자자금으로 인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채권단이 관심을 가질 시너지 부분에서도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출사표에도 언급했듯, 현대차그룹은 원전 등의 친환경 발전 사업에서부터 주택용 충전 시스템과 연계된 친환경 주택, 하이브리드(HEV) 및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에 이르는 에코 밸류 체인 완성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건설(000720)과 현대차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동반 성장과 해외 고속철 및 철도차량 사업과도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로부터 안정적인 건설 자재 조달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 현대건설 인수는 현대차그룹의 사업 보폭을 넓힐 '키'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에게도 이번 인수전에 발목을 잡는 것이 있다. 바로 맞상대가 현대그룹이라는 점. 현대그룹의 수장인 현정은 회장은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 즉 정몽구 회장과는 시아주버님과 제수씨의 관계다.

따라서 인수전이 가열될 경우, 대외적인 모양새가 좋지 않게 될 점이 현대차그룹으로선 고민스런 부분이다. 시아주버님과 제수씨간의 집안 싸움으로 비춰질 경우, 여러모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그룹과 전면적으로 갈 경우 모양새가 가장 고민스런 부분"이라며 "집안 싸움이 아닌 두 회사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하는 모양새가 가장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대건설 인수에 족쇄가 될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거부하고, 채권단과 소송전을 치러 승리할 정도로 현대그룹의 인수의지는 강하다.

현대그룹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5남인 고 정몽헌 회장에게 현대건설을 중심으로 한 계열사를, 차남인 정몽구 회장에게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계열사를 물려줬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 2001년 채권단에게 넘기기 전까지 총 4400억원에 달하는 사재를 털어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를 진화하려 했단 점에서도 우선권과 당위성은 현대그룹에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그룹의 약점으로 꼽히는 자금력은 강점인 강한 인수의지로 상쇄할 수 있다는 입장.
현대그룹이 보유한 내부자금은 1조5000억원에 불과하지만, 현대상선(011200)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차입을 통해 충분한 인수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관련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인수 자문사를 복수의 외국계 증권사로 선정한 것도 해외에서 차입금을 끌어오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 지난 2006년부터 현대건설 인수를 체계적으로 준비해왔단 그룹의 설명으로 볼 때 자금력에서 쉽게 밀리진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실제로 현대차도 현대그룹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압도적으로 높은 인수가격을 부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선 비싸게 사면,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패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다만 재무약정 소송으로 주채권은행이자 현대건설 매각 주체인 외환은행과 껄끄러운 관계인 점이 취약점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오래 전부터 현대건설을 인수할 뜻을 밝혀왔지만 현재 2조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채권단과 마찰도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현대증권이 1%도 안되는 지분이지만 현대건설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매각 주체인 동시에 인수자란 점도 이해 상충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