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동석 기자
2004.05.31 16:16:03
31일 부동산보유세제 개편 추진위원회 개최
보유세 강화 정부의지 후퇴하나
[edaily 박동석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올 1월 연두기자회견에서 "높은 집값은 임금인상 압력이 되고 임금인상은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해 부동산대책의 강도가 계속 높아질 것임을 예고했다. 또 "투기로 인해 서민들의 꿈이 물거품이 되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하겠다”며 “흔들리지 않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정우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도 최근 한 세미나에 참석해 "우리나라의 현재 보유세는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근본은 보유세이고 양도세 주택거래신고제는 보완제"라고 말해 부동산세 중과 방침을 거듭 천명했다.
그러나 31일 열린 부동산보유세제 개편 추진위원회 논의 결과를 들여다보면 보유세를 강화해 땅값을 안정시키고 투기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후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한다.
정부가 제시한 안은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되 되도록이면 충격이 적도록 완급을 조절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정부 의도는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둘러싼 쟁점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지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 쟁점1 ; 종합부동산세 도입의 원칙은 무엇인가
부동산 보유세 강화의 요체는 지난 10.29대책에서 나온 종합부동산세 도입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른바 ‘부동산 고액보유자’의 세금 변화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 세율 체계를 점진적으로 바꿔나가기로 했다.
이종규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과표현실화 수준에 맞추어 세율을 전반적으로 인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이어 “보유세 7%는 과표현실화율이 낮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과표현실화가 높아질 경우 존재할 수 없는 세율”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또 재산세(건물), 종합토지세(토지)로 양분되어 있는 부동산 보유세를 종합부동산세로 통합할 경우 세부담이 일시에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세율을 조정해 나갈 계획이다.
추진위는 이와함께 종합부동산세가 새로 도입돼 누진율이 일시에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점진적 누진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정한 이 같은 원칙은 정부의 보유세 강화 의지가 약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땅부자들의 간담을 서늘케하던 날카로움과 엄포는 점점 무뎌져가는 느낌이다.
◇ 쟁점 2 ; 세율체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추진위는 종합부동산세 세율 체계와 관련해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걷도록 할 계획인 1차 토지세, 재산세와 2차로 중앙정부에서 걷기로 한 건물분 종합토지세, 토지분 종합토지세율을 같게 할 것인지 아니면 1차 지자체 징수분은 2~3단계로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2차 중앙정부 징수분에는 5~7단계의 높은 세율을 적용할 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현재는 과세 대상과 금액에 따라 0.2~5%씩 누진 과세되고 있다.
추진위는 또 여기에 붙는 지방교육세, 농특세등 부가세 형식의 목적세를 그대로 놔둔 뒤 전향후 세제를 개편할 때 정비할 것인 지와 이번에 종합부동산세에 통합할 지를 놓고도 논의했다.
◇ 쟁점 3 ; 건물 토지 합산 과세할 것인가
추진위원간에 뜨거운 토론이 벌어진 쟁점이었다. 현재는 건물과 토지는 7월 재산세, 10월 종합토지세로 각각 따로 구분해 세금이 매겨지고 있다.
이 쟁점과 관련해 정부가 제시한 안은 두 가지다. 첫번째 방안은 토지와 건물을 통합해서 과세하는 방안과 현재와 같이 토지와 건물을 각각 따로 분리해 과세하는 방법이다.
일부 추진위원들은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려는 목적이 보유세 강화에 있는만큼 건물과 토지를 한 데로 묶어 합산해 누진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대부분의 위원들은 토지와 건물을 각각 구분해 세금을 매기는 일본의 경우처럼 우리나라도 구분해 과세해야 한다는 안에 손을 든 것으로 전해졌다. 토지 건물을 합해 개인별로 합산과세할 경우 세금증가 폭이 지나치게 높게 나와 조세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 쟁점 4 ;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은 어떻게 정할 것인가
정부는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될 경우 중과세 대상을 어떻게 정할 지에 대해서도 두 가지 안을 내놨다. 개인별로 전국 소유토지가액을 합산해서 과세하는 기준을 적용하되 토지가격이 일정액 이상인 고액보유자를 대상으로 과세하는 것이 그 하나다.
두번째는 별도의 기준을 두지 않고 2개 이상의 지방에 토지를 보유한 사람을 대상으로 과세하는 방안이다.
추진위는 여기에 대해 입장차가 서로 엇갈려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 쟁점 5 ; 과세유형 어떻게 정하나
현재 종합합산(주택등), 별도합산(상가, 사무실등), 분리과세(골프장, 별장등)등 3가지 유형으로 매겨지고 있는 과세유형도 도마위에 올랐다.
정부는 지자체에서 낮은 세율로 거둬들이는 1차 토지세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과세하되 누진 중과되는 종합부동산세에서는 분리과세 대상을 제외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 경우 농지, 임야, 공장용지, 골프장, 별장, 고급오락장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신 이 같은 분리과세 대상에 대해서는 별도의 중과 규정을 마련할 방침이라는 게 정부 고위관계자의 설명이다.
◇ 쟁점 6 ; 과세표준 어떻게 정할 것인가
과세표준에 대해서는 1차 토지분을 현행과 같이 부과하고 2차 종합부동산세는 법령에서 직접 규정하는 방안과 1, 2차 분을 모두 법령에서 정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현재는 토지의 개별 공시지가에 지자체장이 고시하는 적용율, 예컨대 지난해의 경우 36.1%, 올해 39.1%, 을 적용해 매겨지고 있다.
이 실장은 “종합부동산세의 과세표준을 법령에서 정할 경우 예를 들어 ‘공시지가의 50%’를 포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쟁점 7 ; 사업용 건물도 과세하나
추진위는 건물분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상가나 사무실등 사업용 건물과 공장용 건물은 대상에서 제외키로 의견을 모았다. 현재와 같이 단일 세율로 가져가자는 견해다.
추진위가 개인별로 주택만을 합산과세키로 방침을 정한 것은 사업용 건물까지 대상에 넣을 경우 가뜩이나 위축된 투자, 소비 심리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