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기덕 기자
2016.01.08 12:44:49
총 4062개 유전자 염기서열 중 8개에서 차이
질본 “독성·감염력 있는 변종으로 보기 어려워”
바이러스 어느 부위 치명적인지는 결론 못 내려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국내에서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났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에서 일어났던 메르스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과 0.1% 차이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유전자 변이(variation)로 인해 감염 전파력이나 치명률에 영향을 준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메르스바이러스 유전체 관련 브리핑에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직무대리(긴급상황센터장)는 “국내에서 발생한 메르스바이러스가 염기서열이나 아미노산 수준에서 외국과 차이를 보인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바이러스의 전파력이나 치명률 등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치는 변종(variant)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번 바이러스 변이 여부는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발행하는 저명 국제학술지(Emerging Infectious Diseases) 1월호에 게재됐다. 질병관리본부는 논문을 통해 메르스 바이러스 표면의 ‘당단백질’ 유전자에서 변이가 관찰됐다고 게제했다. 메르스 바이러스 변이 연구에는 1번째, 2번째, 9번째, 10번째, 12번째, 13번째, 15번째 환자의 검체가 사용됐다
보통 바이러스는 단백질과 유전자로 구성돼 있는데, 이중 바이러스 표면을 이루는 스파이크 당단백질(spike glycoprotein)은 사람의 세포 속으로 들어가 결합함으로써 바이러스를 증식하는 역할을 한다.
질병관리본부가 해당 연구를 위해 메르스 환자 8명의 검체를 사용한 결과 전체 당단백질의 8개 부분에서 염기 변이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4개에서는 아미노산 변이가 관찰됐다. 총 4062개 염기서열중에서 8개에서만 염기치환, 총 1353개 아미노산에서는 4개 치환의 변이가 나타났다.
이같이 0.1%의 유전자가 달라진다고 해도 전파력 등에 치명적을 수 있다는 의견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11월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한국의 메르스 바이러스에서 변이가 발견됐다. 바이러스의 유전자 변화로 인한 범용 백신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메르스 바이러스의 변이가 있다고 결론을 내리기는 성급하다”고 즉각 반박했다.
다만 이같은 유전자 변이가 국내 메르스의 감염 확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결론을 내리는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면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는 “지난 2012년 첫 발견된 메르스바이러스는 신변종으로서 바이러스의 어느 부위가 치명률과 전파력에 영향을 줄지는 아직 파악할 수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단순히 바이러스 유전자가 변했다는 의미 이상으로는 해석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주실 국립보건연구원장은 “현재까지 메르스 확진자 32명의 41건에 대한 전장유전체가 분석중에 있다”며 “유전체 분석을 통한 감염력 영향 등은 앞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