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경계영 기자
2015.01.29 11:35:04
유가 따라 주가도 반등? 판단 일러
정제설비 공급과잉에 수요 개선 폭 미미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유가에 따라 정유사 주가가 요동 치고 있다. 유가가 바닥을 다지는 분위기에 주가도 저점에서 상승했지만 이보다 정제마진이나 수급 상황이 어떤지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과 GS(078930)가 저점에서 각각 28%, 12% 가까이 상승했다. 정유주가 저점에서 벗어나 반등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특히 에쓰오일(S-OIL(010950))의 상승세가 무섭다. 신저가를 기록했던 지난해 11월 대비 50% 넘게 올랐다. 3만원대이던 주가는 슬금슬금 오르며 어느덧 6만원에 바짝 다가섰다. 다른 정유사가 화학부문까지 겸하는 것과 달리 순수하게 정유업만을 하는 데다 사우디 아람코라는 든든한 대주주가 뒷받침된 덕분이다.
일단 지난해까지 실적이 안 좋았지만 올해는 개선되리란 기대감이 크다. 원유를 미리 사들여 보유하고 있는 정유사로선 수천억원대의 재고평가손실을 피할 수 없었지만 이제 유가가 하향 평준화하며 외려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
정유사 수익성을 좌우하는 정제마진 또한 나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는 유가가 상승했는데도 정제마진이 하락했던 2009년과 다르다는 것.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가 하락의 원인은 수요 부진이 아닌 공급 과잉 탓이었다”며 “올해 석유 수요가 증가하고 중동산 원유 구매 프리미엄(OSPD) 또한 하락해 마진 확보가 용이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급격한 주가 반등을 경계하는 주장이 제기된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으로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을 냈다가 유가가 상승했다고 이익이 급증하는 건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며 “이보다 정제마진과 동북아시아 내 정유 수급 상황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유뿐 아니라 정제설비 또한 과잉 공급된 상황에서 정제마진이 오르긴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상반기 중동이 하루 80만배럴을 생산하는 신규 설비를 가동하는 등 역내 신·증설이 예정돼있다. 이에 비해 수요 증가세는 탄력적이지 않다.
박연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 잉여 정제설비가 많아 정제마진 개선 폭이 제한적”이라며 “중국 등 이머징국가의 수요 회복 속도도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중선 연구원은 “정제마진과 동북아 내 수급상황이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차입금도 과도해 시가총액을 회복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