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결단…“빚 내서 서울시 무상보육 지속”(종합)

by이승현 기자
2013.09.05 15:38:15

서울시, 지방채 발행 발표...추경 편성해 보육대란 막기로
정부에 영유아보육법 통과 강력 요청·불만도 표출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서울시가 결국 빚을 내 무상보육을 이어가기로 했다. 지방채 발행을 통해 2353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중앙정부로부터 1355억원을 받아내 올해 서울시 보육예산 부족분인 3708억원을 메꾸기로 했다.

시는 올 들어 보육예산 부족분 부담을 두고 중앙정부의 지원확대를 요구하며 정부·여당과 맞서왔으나 보육대란이 눈앞에 닥치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5일 브리핑을 갖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무상보육 관련 서울시 입장’을 발표했다. 박 시장은 “0~5세 우리 아이들 무상보육을 위해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하겠다”며 “올 한해 서울 시내 자치구가 부담해야 할 몫까지도 서울시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이번 지방채 발행 발표는 정부·여당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무상보육 부족분에 대한 예산지원을 조건으로 서울시에 자체적인 추경 편성을 요구해왔다. 서울시는 추경편성 방침에 따라 보건복지부로부터 1355억원을 받으면 이달 현금 양육수당과 어린이집 보육료로 사용해 당장의 보육대란 위기는 막게 됐다. 시는 안전행정부와 시의회 승인을 거쳐 연 3%대 금리의 지방채권 2000억원 가량을 발행하고 조만간 추경안도 확정, 오는 10월 시의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서울시로부터 지방채 발행 등을 통해 추경을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면서 “이른 시일내에 약속했던 1400억원의 정부 예산을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이번 결단은 채무감축에 올인해온 지금까지의 행보와는 완전히 어긋난다. 서울시 채무는 현재 18조4965억원에 달한다. 박시장은 취임 당시 임기 내 7조원의 채무 감축을 공언해왔다.

박 시장은 이에 대해 “지방채 발행 결정은 지방재정을 뿌리채 흔드는 극단적 선택”이라면서도 “서울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으로서 대승적 차원에서의 힘겨운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지방채 발행분에 대해 향후 정부가 공적자금기금을 통해 일부분을 인수해주도록 요청할 계획이지만 정부가 수용할 지는 불투명하다.

이와 함께 정부·여당에 무상보육 국고지원 비중을 상향조정(서울 20%→40%, 지방 50%→70%)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강력히 요구했다. 박 시장은 “(영유아보육법 통과)만이 무상보육을 지송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지속가능한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지 않으면 무상보육 위기는 앞으로도 되풀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박 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앙정부에 대해 ‘밀어붙이기식 재정편성’ ‘서울은 슈퍼 을’ 등의 격한 표현을 동원, 불만을 쏟아냈다. 특히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겨냥, “나는 새벽에도 좋고 밤에도 좋고 언제라도 만나자고 했는데 현 부총리는 ‘러시아 G20회의에서 돌아오면 보자’고 했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서울시는 그나마 재정자립도가 높기 때문에 (중앙정부에) 이렇게 말이라도 할 수 있지만 (중앙정부 재원의존이 큰)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말도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