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發 인선 갈등, 정국 경색 새 불씨

by박수익 기자
2013.03.19 18:02:08

[이데일리 김정욱 기자]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이데일리 박수익 이도형 기자] 정부조직법이란 ‘큰불’을 겨우 진화하고 나니, 이번에는 임명 갈등이라는 새로운 불씨가 활활 타오를 기세다.

정치권이 46일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마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지만, 새 정부 주요 공직 후보자 임명을 둘러싸고 또 한번 정국경색이 예고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청문회를 마친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의 임명이 안갯속인 가운데 남재준 국정원장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둘러싼 파열음도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8일 인사청문회를 마친 이후 12일간 임명이 보류된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는 19일 주식보유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며 재차 도마에 올랐다.

김 후보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주식보유는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해외 자원개발 특혜의혹이 제기된 KMDC 주식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11년 5월 당시 비상장회사였던 KMDC 주식 750주를 주당 4만원선, 총액 3000여만원에 매입했고, 그해 하반기 유상증자때 450만원 상당의 주식을 추가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자 측은 19일 해명자료를 통해 지인을 통해 주식을 매입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현재는 주식가치가 폭락해 자산가치는 거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청문회 당시 1999년 3월 31일자로 폐쇄된 증권통장 내역만 제출해 위증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윤관석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명백한 위증과 허위자료제출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라며 “내정 당시부터 샘솟듯이 끊임없이 의혹이 이어지는 김 후보자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14일 청문회 이후 임명 시점이 오리무중이다. 현 후보자의 청문회에선 위장전입, 저축은행 사태 전 예금인출 등 도덕성 논란과 함께 경제수장으로서의 리더십 문제가 집중 거론된 가운데 야권의 자진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남재준 국정원장 후보자는 현 정부 주요 공직후보자 가운데 처음으로 청문회가 도중 무산되는 파행을 겪었다. 소관상임위인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야의원들이 남 후보자의 재산증식 내역, 증여 관련 자료 제출 미비를 이유로 공방을 벌이다 예정된 청문회를 마치지 못한 것이다.

이에따라 김병관, 현오석 후보자에 이어 남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도 사실상 무산됐다. 특히 여야가 청문회 파행 책임을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정부조직법 협상 타결 이후 처음으로 여야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를 이끌어가야 할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역시 공정거래 분야가 아닌 세법전문 변호사 경력과 대형 로펌 근무 등을 이유로 야당으로부터 ‘자격 미달’이라는 공세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의 민주통합당 간사 김영주 의원은 “한 후보자가 지난 23년 동안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수임한 공정거래 관련법 사건은 4건에 그쳤고, 박사학위 논문 등 그동안 게재한 논문 목록 27개가 모두 세법에 관련된 내용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이 규정하는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실패한 인선”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새 정부의 주요 공직후보자 인선을 둘러싼 잡음에 대해서는 야권뿐 아니라 여당 일부에서도 청와대의 일방통행이라며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중진의원은 “총리와 장관 등 인사 전반적으로 스토리와 감동이 없고 (박 대통령) 혼자 생각하다 그냥 통보하고 이후에 검증하는 상황”이라며 “김병관 후보자처럼 내부적으로 신망을 잃은 사람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야권이 정부조직법 협상을 둘러싼 기싸움에 이어 공직후보자 인선에서도 지나친 발목잡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지금이라도 국회법 절차에 따라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해달라”고 민주당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