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産 원유 도입 끊기나..`송금중단은 수입중단 의미`

by전설리 기자
2010.08.09 16:49:59

사태 장기화 경우 `유가 상승→국내 경제 타격` 우려
"이란 눈치 실피느라.." 당장은 수입선 다변화도 힘들어

[이데일리 전설리 기자] 미국의 이란 제재 불똥이 국내 정유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란에 원유 대금을 송금할 길이 막히면서 이란산 원유 도입이 중단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유가가 오르면서 국내 경제에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들은 미국 등의 눈치를 살피며 이란과의 외국환 거래를 중단했다.

일본 미쓰비시 은행을 거쳐 이란 중앙은행으로 송금하는 우회 루트도 일본 은행과 이란 중앙은행간 거래 한도에 다다라 사실상 이란에 송금할 길이 막혔다.

금융당국은 유럽 등 다른 송금 루트를 찾고 있지만 이들도 미국 은행의 눈치를 보고 있어 또 다른 우회로를 찾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대금 결제가 어려워지면서 향후 원유 도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란은 우리나라 원유 수입량의 9.5%를 차지하는 네번째 원유 수입국. 현재 정유 4사 가운데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곳은 SK에너지(096770)와 현대오일뱅크 두 곳이다.





현재 SK에너지는 일일 정제량의 약 10%인 13~14만배럴, 현대오일뱅크는 20% 가량인 7만배럴을 이란으로부터 들여오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송금 중단은 곧 수입 중단을 의미한다"며 "현재로서는 대금 결제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국내 정유사들은 제품 생산이나 수출에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원유 공급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도 올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원유 도입이 장기 계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갑자기 대체 물량을 찾기가 어렵다"면서 "이 경우 현물 시장에서 (부족 물량을) 조달해야 되는데 웃돈을 줘야 하기 때문에 유가 상승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유업계는 주요 거래국인 이란의 심기를 건드릴까 우려돼 당장 수입선 다변화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

이에 따라 오는 10월 발표될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세부안을 기다리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번 사태와 같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해 수입선 다변화 등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