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총제 결국 축소유지..국회통과는 불투명

by하수정 기자
2006.11.14 17:43:42

정부, `대상 축소·출자한도 확대`안 여당에 보고키로
재계, "여전히 불만..여당에서도 "완전 폐지" 목소리 커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존속 여부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던 출자총액제한제도가 결국 대폭 완화된 형태로 유지된다.

공정위가 새로운 재벌 규제로 도입하려던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는 심한 반발에 부딛혀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재계가 어떤 형식으로든 출총제를 유지하는 데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국회에서도 `조건없는 출총제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 당정협의 과정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정부는 14일 출총제 대안에 대한 단일안을 확정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단일안에는 출총제 적용 대상을 자산 2조원 이상 중핵기업으로 한정해 규제받는 기업 수를 90%이상 줄이고 출자할 수 있는 한도는 현행 25%에서 30~40%로 늘리는 방안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공정위가 강하게 주장해온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는 "새로운 규제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정부의 단일안은 재정경제부 주도로 조율한 것으로, 공정위가 내놓은 대안 중 일부인 중핵기업 출총제 방안과 산자부가 주장하던 출자한도 완화를 절충한 모습이다.

정부 관계자는 "무조건 출총제를 폐지한다든지 강화된 규제인 순환출자를 새로 도입하는 양극단의 처방보다는 기업의 부담을 더는 차원에서 절충점을 찾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출총제 적용대상을 현행 자산총액 6조원이상 그룹 모든 계열사에서 자산 10조원이상 그룹의 자산 2조원 이상 중핵기업에만 한정키로 했다.

그렇게 되면 출총제 적용대상은 현행보다 90%이상 줄어든다. 현행 14개그룹 343개 계열사에서 7개 그룹의 24개 계열사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자산 10조원 이상의 그룹은 삼성, 현대차, SK, 롯데, 한화, 두산, 금호 등 7개 그룹이다. LG와 GS그룹은 자산 20조원이 넘더라도 지주회사 체제이기 때문에 예외를 인정받아 출총제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들 7개 그룹에서 자산 2조원 이상의 중핵기업은 총 29개로 파악되고 있다.

그룹별로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SDI, 삼성에버랜드, 삼성전기, 삼성토탈, S-LCD 등 삼성그룹 계열사 8개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하이스코 등 현대차 계열사 5개 ▲SK(주),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인천정유 등 SK 계열사 4개가 있다.

또 ▲롯데쇼핑, 호텔롯데, 호남석유화학, 롯데건설 등 롯데 계열사 4개 ▲ 한화, 한화석유화학 등 한화 계열 2개 ▲두산중공업, 두산, 두산인프라코어 등 두산 계열사 3개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등 금호아시아나 계열사 3개 등이다.

이중에서 현행 지배구조 모범기업 등의 규정에 따라 출총제 적용이 면제되는 삼성토탈, SK네트웍스, 두산중공업, 두산, 두산인프라코어를 제외하면 총 7개그룹에서 24개 계열사가 출총제를 적용받게 되는 것.

만약 그룹 자산총액 기준을 10조원이 아닌 6조원으로 적용할 경우에는 12개 출총제 적용 기업집단의 36개사가 중핵기업 출자 대상에 포함된다.



이 같은 출총제 정부안은 오는 15일 당정협의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그러나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의장과 채수찬 정책부의장 등 여당 지도부에서 `출총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 또 여야간 뿐 아니라 같은 당안에서도 각기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도 "당과의 협의는 더 어려울 것 같다"며 "국회의 의견은 스팩트럼이 넓다"고 말한 바 있다.

재계도 출총제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반발하는 모습을 늦추지 않고 있다.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중핵기업의 그룹내 출자 비중이 80% 수준으로 절대적이기 때문에 대상 축소에 의미가 없다는 것.

이승철 전경련 경제조사본부장은 "정부가 중핵기업에 대해서만 출총제를 적용한다고 해도 기업과 경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