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USMCA 연장 거부…'매년 재검토'로 10년 시한부 유지
by성주원 기자
2026.07.02 06:38:47
USTR "현행 형태 갱신 불가"…무역적자 해소 압박
미, 멕시코와 3차 협상 앞둬…캐나다는 협상서 소외
불확실성 확대 우려…쟁점은 중국 우회 편입 차단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의 장기 연장을 거부했다. 협정은 일단 10년간 효력을 유지하되, 3국이 매년 재검토와 재협상을 거치는 ‘상시 협상’ 체제로 전환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국은 현행 형태의 USMCA 갱신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 결과 USMCA는 갱신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협정의 미비점과 이들 국가와의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멕시코, 캐나다와 계속 협의할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거나 협정이 종료될 때까지 이 협정은 계속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그리어 대표는 별도로 블룸버그통신에는 “중대한 문제들이 있다고 본다”며 협정을 그대로 승인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6년 만의 공동검토…16년 연장 불발에 ‘10년 시한부’로USMCA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이던 2018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해 서명하고, 2020년 7월 발효된 협정이다. 협정은 유효기간을 16년으로 정하고 6년마다 공동 검토를 통해 연장 여부를 정하도록 하는 일몰조항을 담고 있는데, 이날이 첫 공동검토 시한이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모두 16년 연장을 요구했지만 미국이 동의하지 않으면서 협정은 10년간 유지된다. 이 기간 3국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USMCA는 2036년 자동 종료된다. 어느 한 국가가 탈퇴를 선언해도 협정은 종료되며, 이 경우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종료된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협정 관련 현안을 10년 동안이나 끌고 갈 생각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연례 재검토 기간 중에도 탈퇴 등을 통해 협정을 더 일찍 종료할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와 3차 협상…캐나다는 상대적으로 소외미국은 7월 넷째주 멕시코와 세 번째 양자 협상을 진행한다. 이번 협상에서는 자동차 외 산업재의 원산지 규정 강화와 경제안보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며, 항공우주·지식재산권·수질 문제도 의제에 오를 수 있다고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두 차례 협상에서 북미산 자동차의 미국산 부품 비율을 50%로, 역내 총 비율을 82%까지 끌어올릴 것을 요구해왔다.
반면 캐나다와는 상대적으로 협상이 소극적으로 진행돼왔다. 그리어 대표는 캐나다에 대해 “하루는 미국의 재산업화를 돕겠다고 말하다가, 다음 날에는 중국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한다”며 “엇갈린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멕시코 측에서는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경제부 장관이 “우리는 서두르지 않지만 불확실성도 원하지 않는다”며 그리어 대표,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통상장관과의 화상회의 결과를 전했다. 르블랑 장관은 캐나다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자동차·목재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 발표에 앞서 “공동 작업은 계속된다. 오늘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 | 제이미슨 그리어(오른쪽)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4월 20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국립궁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재검토 협상을 마친 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장관과 함께 대화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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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쟁점은 중국 우회 편입 차단이번 재검토의 핵심 쟁점은 ‘중국 견제’라고 전해졌다. 미국은 중국산 부품이나 투자가 멕시코·캐나다를 거쳐 북미 공급망에 우회 편입되는 것을 경계하며, 자동차 원산지 규정과 미국산 부품 사용 기준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이후 USMCA 요건 충족 신고가 늘면서 현재 캐나다·멕시코발 수입품의 약 90%가 USMCA 적격 품목으로 기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상공회의소와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은 USMCA 유지와 강화를 촉구했다.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등 완성차 업체와 부품사·딜러 단체들은 공동성명에서 협정이 미국 내 제조업 투자와 일자리를 뒷받침해왔다며 3국 협력 체제 보존을 요구했다. 닛산 CEO 이반 에스피노사는 로이터에 미국산 부품 비율 확대 요구가 미국 소비자의 차량 구매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모든 부품을 미국에서 만들 수는 없다. 실행 가능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홈디포·타깃 등이 회원사인 미 소매산업지도자협회(RILA)도 공급망 계획의 불확실성 최소화를 요구했다. 반면 국제기계항공노조는 이번 재검토를 노동 기준 강화와 원산지 규정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3국간 연간 교역 규모 2482조원USMCA 3국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3국 인구는 총 5억1000만명에 달한다. 3국 간 연간 교역 규모는 연간 약 1조6000억달러(약 2482조4000억원) 규모다.
미국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대(對)캐나다 상품 무역적자는 460억달러, 대멕시코 적자는 1970억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 근절을 명분으로 캐나다·멕시코산 자동차·부품에 25%, 철강·알루미늄에 50%, 목재에 10% 관세를 부과하며 USMCA를 사실상 무력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대중국 고율관세 부과 이후 중국 기업들은 멕시코에 공장을 설립해 관세를 우회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기아(000270) 등이 멕시코에 공장을 세워 관세 혜택을 봤다.
USMCA는 당장 종료되지는 않지만, 매년 재검토가 예고되면서 북미 공급망을 기반으로 한 자동차·농업·유통·에너지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지렛대로 관세 위협을 계속 활용할 경우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압박 수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달 넷째주 예정된 미국과 멕시코 간의 3차 협상 결과가 향후 협정의 방향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