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야망보다 민주주의 택했다"…재선 포기한 바이든의 변

by이소현 기자
2024.07.25 11:19:54

사퇴 후 첫 대국민 연설 "새 세대에 횃불 넘겨 전진"
"강인하고 유능한 해리스" 거듭 지지…결집 촉구
"남은 임기 6개월 대통령직 집중"…사퇴 일축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재선 도전 포기 결정 후 첫 대국민 연설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미국 국민에 통합을 호소했다. 재선 포기 결정에 대한 이유로 ‘대통령직’ 자리에 대한 개인적 야망보다 민주주의 수호와 조국의 미래가 더 중요했음을 들며, 남은 임기 6개월간 업무 수행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수요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민주당 재선 출마를 포기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로이터)
24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자신의 대통령 재선 도전 포기 결정에 대해 “새 세대에 횃불을 넘기는 것이 전진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판단했다”며 “그것이 우리나라를 통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자신보다 더 경쟁력 있는 후보를 통해 미국에도 세대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담담하게 11분간 연설을 이어나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하며 자신을 대체할 대통령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 선언한 바 있다. 이날 연설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높게 평가하며 결집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은 경험 있고, 강인하고 유능하다”며 “그는 저에게 놀라운 파트너였고 우리나라의 지도자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 선택은 미국 국민 여러분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고령 논란에 대한 증폭시킨 뒤 당 안팎에서 후보 사퇴 압박을 받다 지난 21일 전격적으로 재선 도전을 포기했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한 것은 지난 1968년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 이후 56년 만이다.

이날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심경을 밝혔는데 사퇴 결정이 개인 야망보다 민주주의를 위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수호는 어떤 타이틀(직책)보다 중요하다”면서 “개인적인 야망을 포함한 그 어떤 것도 민주주의를 구하는 일을 방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역대 미국 대통령들을 언급하며, 반세기 동안의 공직 생활을 마감하고 6개월 후에 떠날 대통령직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나라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저는 이 직책(대통령직)을 존경한다”면서도 “그러나 저는 조국을 더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50년 넘에 이 나라에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인생의 특권이었다”며 “지구상 어디에서도 평범한 말더듬이 소년이 미국 대통령으로서 오벌오피스(백악관 집무실) 책상 뒤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저는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바로 미국의 특별한 점”이라며 “약속과 가능성의 나라, 몽상가와 실천가, 평범한 미국인들이 특별한 일을 하는 나라”라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민주당 대선 재선 도전 포기 결정에 대해 대국민 연설을 한 후 가족을 안아주고 있다.(사진=로이터)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출마 포기 후 공화당 일각에서 대통령직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6개월 동안 나는 대통령으로서 내 일을 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임기 6개월간 남은 소임에 대한 우선순위도 제시했다. 그는 “열심히 일하는 가정들을 위해 비용을 계속 낮추고 우리의 경제를 계속 성장시킬 것”이라며 “투표권부터 선택권까지 우리의 개인적 자유와 시민의 권리를 계속해서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증오 극단주의를 외치고, 미국에는 정치적 폭력이나 그 어떤 폭력을 위한 장소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했다.

국제적 정책에서는 가자지구의 전쟁 종식과 우크라이나 침공 저지 등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모든 인질을 집으로 데려오고 중동에 평화와 안보를 가져와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는 것을 막기위해 자랑스러운 국가들의 연합을 계속 결집할 것”이라며 “나토를 우리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고 단결된 상태로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에 나선 것은 2021년 취임 이후 네번째다. 이날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를 비롯해 가족들이 옆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봤다. 질 바이든 여사는 소셜미디어에 자필로 쓴 감사문에서 “조(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신뢰에 감사드린다”며 “이제 카밀라(해리스 부통령)에 신뢰를 보여줄 차례”라고 했다.

백악관 관계자들도 이날 들뜬 마음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봤다. 백악관의 한 고위 관리는 대통령이 연설하는 것을 지켜본 것에 대해 “달콤하면서도 씁쓸하다”고 말했다. 다른 백악관 관리는 “주변 사람들이 그를 정말로 사랑하기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며 “그는 정말로 그의 마음과 영혼을 바쳤다. 좋은 사람”이라고 전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에 대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부패한 조 바이든의 오벌오피스 연설은 겨우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매우 나빴다”면서 “부패한 조 바이든과 거짓말하는 해리스는 미국에 대한 거대한 골칫거리”라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