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행들, 현금 4300조원 쌓아둬…"경기 둔화 우려"

by김영은 기자
2023.09.06 14:08:39

전체 현금 자산 지난해 대비 5.4% 증가
“3월 SVB 뱅크런에 은행들 경각심 생겨”
고금리·규제 강화에 유동성 관리 나서

[이데일리 김영은 기자] 미국의 은행 등 대출 기관들이 430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당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과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미국 뉴욕시에 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사진.(사진=AFP)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은행권의 전체 현금 자산은 지난달 23일 기준 3조 2600억달러(약 4350조원)로 지난해 말 대비 5.4% 증가했다. 미국 상위 25개 은행의 현금 보유액은 약 2.9% 증가했고, 중소 대출기관의 현금자산은 연초 대비 12% 늘어났다.

미국 은행 전체 현금 자산 규모는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후 3조 4900억달러(약 4650조원)까지 불어났다가 이후 감소했다. 다만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거의 두 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파산 사태 이후 미국 재무부, 연방준비제도(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은 추가 연쇄 파산을 막으려고 예금 보호, 유동성 지원 등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각 은행들도 자구책 구축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데이비드 팽거 수석 부사장은 “3월에 일어난 일이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며 “(현금 축적은) 경기 둔화에 대한 논리적인 대응”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예금 유출이 발생하고 현금을 절약해야 하는 시기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고객 예금 인출, 연준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손실 상쇄 등을 위해 높은 수준의 현금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금 자산 증가는 당국의 규제 강화에 따른 움직이기도 하다. 미국 규제당국은 자산 규모 1000억달러(약 1330억원) 이상인 은행에 대해 더 엄격한 자본·유동성 요건을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이에 로이터는 “3월 이후 규제 수준이 강화돼 은행들이 유동성 및 자산 부채 관리의 핵심 역량에 집중하게 됐다”고 전했다.

대형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 7월 프리젠테이션(PT)에서 올해 1~2분기 동안 930억달러(약 1240억원)의 자산을 매각한 뒤 그 수익을 현금화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현금 자산 규모는 6월 말 기준 3740억달러(약 499조원)에 달한다. JP모건체이스도 지난 1년간 증권을 판매해 4200억달러(약 560조원)의 현금과 9900억 달러(약 1320조원)의 유동성 자산 등을 보유한 상태다.

EY의 피터 마샬 금융유동성 자문그룹 대표는 “규제 당국은 유동성 관리와 장부상 대출에 공백이 있는 은행에 느긋한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