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聯 “밑천은 세 배 불었는데 버는 돈은 제자리”

by정병묵 기자
2023.08.29 12:00:00

상반기 이자이익 29.4조원…전년 대비 12% 증가
"금융위기 전 대출자산·자기자본 약 3배↑…순익은 24%↑"
"2000년대 중반 美 은행보다 높던 ROE, 현재 절반 수준"
"이자 85%, 비이자 15% 비중…비금융 사업 풀어줘야"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은행권이 지난 15년간 은행 대출자산과 자기자본이 곱절 이상 불어났지만 이익은 그만큼 늘어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자 수익 중심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해 비금융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29일 전국은행연합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과 비교하면 은행의 대출자산은 989조원(2007년)에서 2541조원(2022년)으로 지난 15년간 약 2.5배로 증가했다”며 “그러나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5조원에서 18조6000억원으로 24% 증가하는데 그쳤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은행의 밑천인 자기자본은 96조8000억원(2007년)에서 256조9000억원(2022년)으로 2.6배로 증가했다”며 “그러나 수익성이 자산 및 자기자본 증가에 못 미치며 해당 기간 당기순이익은 2조4000억원(2016년)에 그친 해도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2분기 이자이익은 전분기와 비슷한 14조7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상반기에만 거둬들인 이자이익은 29조4000억원이다. 금리가 고점을 찍은 지난해 하반기(29조7000억원) 대비 소폭 줄었으나 지난해 상반기(26조2000억원)보단 12.2% 늘어났다. 은행권 이자이익은 2021년 46조원, 지난해 55조9000억원으로 증가 추세다.



한-미 은행의 ROE 추이(자료=은행연합회)
그러나 연합회는 뜯어 보면 국내 은행산업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5.2%의 자기자본이익률(ROE)와 0.4%의 자산수익률(ROA)을 기록, 수익성이 미국 등 주요국 은행들의 절반 또는 그 이하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국내은행의 ROE는 2000년대 중반 미국은행보다 높았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현재는 미국은행 ROE의 절반을 조금 상회하는 낮은 수준”이라며 “또 국내 증권·보험 등 타 금융업권 및 여타 주요산업과 비교할 때 ROE가 상대적으로 낮다”라고 전했다.

박찬옥 은행연합회 상무는 “은행이 이자로 거둬들이는 수익이 과도하다는 사회적 시선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현재 수익구조가 이자 85%, 비이자 15% 정도인데 비금융 사업으로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은행은 비이자 수익이 40%에 달하는데 우리는 ATM, 송금 수수료 등이 점차 없어져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국과도 비금융 사업 진출 규제 완화를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